올겨울이 두려운 취약계층…“에너지 바우처 있지만”
[앵커]
27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이틀간의 정상회의를 마치고 '기후 불평등' 문제에 대한 실무 협의를 다음주까지 이어갑니다.
'기후 불평등'을 놓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 대립은 그만큼 첨예한데요, 비단 국가들 만의 문제일까요?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입니다.
폭우는 똑같이 쏟아졌지만, 그 피해는 똑같지 않았습니다.
영화보다 현실은 더 가혹합니다.
지난 여름 쏟아진 폭우로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 3명이 숨졌습니다.
이처럼 기후위기 피해는 특정 계층에 더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는데요.
지난 여름 이례적인 폭우가 반지하를 노렸다면, 이번 겨울 예상되는 강력한 한파에는 쪽방촌 같은 취약계층이 노출돼 있습니다.
김세정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외풍을 감당하기 어려워, 벽지로 벽을 막아버린 단칸방.
11월 한낮에도 스며드는 한기에 겹겹이 이불을 깔고 전기 장판까지 동원했습니다.
[김춘자/95살 : "기름 하루 종일 때. 화장실이나 갔다 오고, 추워서 안 나가."]
[요양보호사 : "보온 자체가 안 된 집이라 한겨울에는 진짜 추워요."]
에너지 소비 지출이 가장 많은 겨울.
취약계층의 겨울나기는 올해 더 혹독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1년 전보다 대표적인 서민 연료인 등유는 65%, 도시가스는 36%, 지역난방비도 34% 올랐기 때문입니다.
취약계층에게 전기나 등유, 연탄 비용을 지원하는 '에너지바우처' 제도가 있지만, 부담을 덜기엔 역부족입니다.
[안정훈/에너지바우처 수급자 : "마음껏은 못 쓰죠. 많이 나올까 봐. 지원을 받아도 (요금이) 많이 나오면 내가 (추가로 요금을) 내야 하잖아요."]
'에너지 바우처' 지원 대상이지만 사각지대에 놓이기도 합니다.
쪽방촌과 같이 거주 형태에 따라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고지서 등으로 비용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단독가구가 아니면 지원받기 어렵습니다.
[김행자/쪽방촌 관리자 : "여기는 세 가구지. (세 가구가 고지서 하나로?) 예예. (그럼 누가 얼마만큼 쓰는지 모르겠네요?) 모르죠. 얼마 쓰는지 몰라요.]
제도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박종룡/쪽방촌 거주자 : "에너지바우처요? 그게 뭐예요? 어떤 혜택이 있다, 그런 저기(정보)도 없었고…."]
또 에너지 바우처가 지급됐지만 사용 안 된 지원금이 지난해 168억 원에 이르고, 사용하지 않은 사람은 노인과 장애인이 많았습니다.
[김형옥/영등포쪽방상담소 소장 : "(등유 등) 현물 급여로 주는 게 아무래도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3의 기관을 통해서 이게 제대로 공급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취약계층일수록 재난의 피해는 더 심각해지는 만큼 맞춤형 지원이 필요합니다.
KBS 뉴스 김세정입니다.
촬영기자:조원준 김재현/영상편집:장수경 이재연/그래픽:채상우 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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