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히지 않는 기억’…정신적 고통 나 홀로 치유

조휴연 2022. 11. 9.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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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춘천] [앵커]

오늘(8일)은 제60주년 소방의 날입니다.

소방대원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각종 사고 현장에 투입돼 시민들을 구하는 최일선의 생명 지킴이입니다.

하지만, 정작 이들이 겪는 정신적인 고통은 스스로 치유해야할 정도로 처우가 열악하다고 합니다.

조휴연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전국 소방 인력 700여 명이 투입됐던 이태원 참사.

숱하게 많은 현장을 거쳐온 구조대원들에게도 이번 이태원 참사 현장의 기억은 아직도 잊기가 힘듭니다.

[장호용/춘천소방서 효자119안전센터 : "20대면 20대, 30대 추정하려고 얼굴을 봤는데 (사망자들이) 너무 어려서 지금도 마음이 아픕니다."]

이런 대규모 참사뿐만 아니라 일상에서의 각종 사고현장도 소방대원들이 지키고 있습니다.

강원도소방본부에 접수되는 구급 환자 신고만 10만 건이 넘습니다.

24시간을 근무하는 동안 1시간에 15번씩 현장에 나가는 셈입니다.

어떤 상황을 맞닥뜨릴지 알 수 없는 데서 오는 불안감에다, 충격적인 현장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느끼는 정신적인 고통은 일상이 됐습니다.

[최소윤/춘천소방서 소양119안전센터 : "제가 모르는 사이에 쌓이는 것 같기는 해요. 갑자기 이렇게 오다 보니까. 그때 생각을 좀 안 해야 더 쌓이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것 같아서."]

소방청의 지난해 자체 조사 결과를 보면, 일명 'PTSD'로 불리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나 우울증처럼 정신과적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소방공무원은 2만 4,900여 명이었습니다.

전체 소방공무원의 절반 정도에 해당합니다.

10만 명당 자살 인원도 30명이 넘습니다.

경찰이 20명인 데 비하면 10명 정도가 더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소방공무원들을 치료할 수 있는 전문 기관은 현재로선 없다는 게 문젭니다.

이 때문에, 소방청은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소방관들을 위해 국립 소방병원과 소방심신수련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두 시설은 각각 2025년과 2026년에 완공될 예정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시설만큼이나 제도 역시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공하성/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 "PTSD 치료 과정에서 인사상 불이익이 걱정되기도 하고 정신력이 약한 사람이라는 시선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심리 진단을 받도록 하고."]

각종 사고현장에서 최일선을 지키고 있는 소방공무원들의 정신적 고통을 치유하기 위한 사회적 관심과 제도 마련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조휴연입니다.

촬영기자:최혁환

조휴연 기자 (dakgalb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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