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방향은 흐릿, 주저앉은 안전…리더십의 복합 위기[윤 대통령 취임 6개월]

유정인 기자 2022. 11. 9.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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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핼러윈 참사로 정부 위기 관리 무능력·무책임 드러나
뚜렷한 국정 어젠다 안 보이고 야당과의 협치 점점 멀어져
대북 관계도 싸늘…‘민간 주도 시장 경제’ 여론은 부정적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정부 책임론 속에 10일 취임 6개월을 맞는다. 5년 임기 중 10분의 1에 해당하지만 국정 운영 동력이 집중된 첫 6개월임을 고려하면 의미는 그 이상이다. 이 기간 정부는 ‘글로벌 복합위기’를 내세워 경제·안보 위기 돌파를 강조했다. 하지만 각 분야 위기 신호는 심화했고, 국정 운영 동력은 내부발 위기로 종종 훼손됐다.

뚜렷한 국정 어젠다를 각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156명이 사망한 참사로 정부의 기본 책무부터 돌아봐야 할 상황이 됐다. ‘복합 위기’ 속에 사회 전반의 안전을 강화하는 전환의 리더십을 보일지가 정부 성패를 결정할 잣대로 부상했다.

■“무엇을 하고 싶은 정부인가”

취임 후 첫 6개월은 향후 5년을 결정지을 시간으로 꼽힌다. 각종 위기를 전임 정부와 외부 요인 탓으로 돌릴 수 없는 시점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의 도드라진 문제로는 지난 6개월간 정부의 지향점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점이 꼽힌다. 대선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거칠 당시부터 지적된 ‘어젠다 부재’ 상황이 정부 출범 뒤에도 반복됐다.

이를 두고 정치력의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여소야대 국회 상황에서 입법을 통해 제도적 변화를 실현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국회 ‘협치의 공간’은 협소해지는 분위기다. 야당 대표들과 대통령의 만남은 6개월간 열리지 못했다.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 본격화 등과 맞물려 파행으로 운영됐다. 당분간 협치의 길이 열리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 많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정부가 하고자 하는 것을 실현하려면 국회를 통해야 하는데 협치를 위해 그동안 필요한 일들을 해 왔는지 돌아봐야 한다. 여소야대 상황이 전환되길 바라며 마냥 기다릴 수 없지 않은가”라며 “가장 중요한 취임 첫 6개월간 이룬 게 많지 않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9일 기자들과 만나 “부족한 점도 많고 (기대를) 다 충족시켜주지 못했던 6개월”이라면서 “앞으로 4년6개월은 무너진 나라를 다시 세우고 국가와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지켜드리고 대외적으로도 국민을 보위하는 윤석열 정부의 비전과 정치적 지향점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참사의 민낯…기본 무너진 정부

윤 대통령은 그간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를 제1 책무로 강조했다. 대선 후보 당시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첫째 임무이기 때문에 국가를 끌고 가는 사람은 밤잠 안 자고 고민해야 된다”(지난 2월17일)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경찰의날 기념사에선 “국민의 안전은 우리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자유’의 기본 바탕”이라고 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는 윤석열 정부가 국정의 기본을 이행했는지 되묻고 있다. 사전 대비는 없었고, 대응은 늦었다. 참사 발생 4시간 전부터 이어졌던 112신고, 뒤엉킨 보고체계 등 부실대응 정황이 드러나면서 ‘국가의 부재’가 참사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수습 과정은 성찰과 반성이 아닌 논쟁의 영역이 됐다. 정부 부실대응 인정에 기반한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시기, 정부 실패에 따른 인적 책임 범위 등을 두고 참사 이후 혼란상이 계속되는 중이다. 윤 대통령은 ‘선 진상규명, 후 엄정처벌’ 기조를 거듭 밝혔지만 책임 축소 우려가 제기된다. “막연하게 다 책임지라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이야기”(지난 7일)라는 윤 대통령 발언 뒤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등은 국회에서 즉각적 사퇴에 선을 그었다. ‘엄정한 조치’의 수위가 이번 참사에 대응하는 윤석열 정부 책임성의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리적 위험을 넘어 사회 전반의 안전성을 높여나가는 큰 틀의 전환에 나서는 일도 과제로 꼽힌다.

■안보·경제 위기, 불투명한 성과

윤 대통령 취임 후 6개월 동안 대내외적 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후반부터 심화해 온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해 각종 탄도미사일 도발이 이어졌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6개월간 남북관계 개선 신호는 없었다. 윤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밝힌 북한 비핵화 로드맵 ‘담대한 구상’은 시작부터 ‘설익은 구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7차 핵실험이 현실화하면 한·미 확장억제 강화의 구체적 방안 등 정부의 대북·안보 정책 전반이 평가대에 오르게 된다.

경제위기의 돌파 능력도 시험대에 섰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 윤 대통령은 비상경제민생회의, 거시경제금융회의 등을 잇따라 열면서 경제 이슈를 챙기는 데 주력했다. 민간 주도 경제를 내걸고 ‘규제 완화’ 방향을 제시했다. 여론의 평가는 높지 않은 편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3일 취임 6개월 분야별 정책 평가를 물은 결과 경제를 ‘잘하고 있다’는 답변은 21%에 그쳤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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