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듯’ 선거사범 수사…공소시효 6개월 ‘한계’

안승길,오정현 2022. 11. 9.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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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전주] [앵커]

지난 6월 있었던 지방선거의 선거사범 공소시효가 한 달이 채 남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단체장이나 후보가 수사 대상에서 빠지면서 졸속 처리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짧은 공소시효 탓에 수사의 신속성만 내세우다 보니 정치인에게 면죄부를 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안승길, 오정현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리포트]

장수군수 선거 여론조사 조작 의혹은 응답률이 이상하리만치 높게 나오면서 불거졌습니다.

보통 10%를 넘기기 힘든데, 무려 50%대에 달한 겁니다.

경찰이 조사해보니, 최훈식 군수와 장영수 전 군수 측 모두 조직적으로 여론조사를 조작한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지인들 휴대전화 요금 청구지를 장수로 옮겨 여론조사에 참여시켰고, 이 작업에 전·현직 군수의 가족들이 가담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경찰은 여론조사 조작이 최 군수나 장 전 군수와는 상관없는 일로 결론지었습니다.

전북자원봉사센터 선거 동원 의혹 수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송하진 전 지사의 3선을 위해 가족과 공무원들이 모집책을 둬 당원을 끌어모은 뒤 자원봉사센터에서 만 명 넘는 명단을 불법으로 관리해온 것으로 확인됐지만, 경찰은 정작 이해 당사자인 송 전 지사로까지는 수사를 넓히지 않은 채 사건을 마무리하고 검찰에 넘겼습니다.

두 사건 모두 범행에 개입했다고 볼 구체적 증거가 없었다는 게, 경찰이 전·현직 단체장을 수사 대상에서 뺀 이유입니다.

그러나 이들을 처음부터 조사조차 하지 않은 건 부실수사란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 개입했는지, 아니면 범행을 알고도 묵인했는지 직접 따져볼 법도 하지만, 주변 진술에만 의존해 윗선까지는 수사력이 미치지 못한 겁니다.

[박우성/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투명사회국장 : "유권자의 권리가 훼손되고 지역의 정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심각한 문제다, 이렇게 보고 있고요. 정치권 눈치 보기를 아직도 극복하지 못 했구나라고 시민들이 판단하게 되는 거 아니겠냐."]

이런 배경엔 선거사범에 대한 짧은 공소시효가 큰 원인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KBS 뉴스 안승길입니다.

[리포트]

선거사범 공소시효는 선거 다음 날부터 6개월입니다.

이 기간 안에 수사와 기소까지 마쳐야 합니다.

선출직의 경우 임기가 정해져 있는 만큼 신속히 수사해 공백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입니다.

재판에 넘겨지면, 1심은 6개월 이내, 항소심과 상고심은 3개월 이내 선고해야 합니다.

문제는 공소시효가 짧아 제대로 된 수사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경찰 수사와 송치, 검찰 사건 검토와 기소에 이르기까지 선거범죄의 실체를 밝히기에 6개월은 촉박하다는 지적입니다.

지난 6월 지방선거 관련 전북경찰이 수사한 선거범죄는 170여 건.

모두 160여 명이 혐의가 있다고 보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지만, 대부분 공소시효를 한 달 남짓 남기고 이뤄졌습니다.

허위사실 공표 등으로 고소·고발돼 본인 출석이 불가피한 수사를 빼면, 단체장이나 후보를 소환하는 것조차 엄두를 못 내는 게 현실.

결국, 꼬리자르기식 수사에 선거사범으로부터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은 단체장이나 후보는 법망을 피해 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짧은 공소시효가 정치인에게 면죄부를 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최창민/변호사/21대 총선 대검 선거수사지원과장 : "검찰로서는 증거 부족이나 수사 미비로 해서 불기소를 할 수도 있게 되는데, 그것도 어떻게 보면 수사 부실이고요. 외국 입법례를 보더라도 6개월처럼 짧은 시효를 둔 입법례는 찾아보기 힘든 거로 알고 있습니다."]

일본은 1962년 선거법을 손봐 단기 공소시효를 없앴고, 독일과 미국 등 대다수 국가는 애초 선거사범에 대한 공소시효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의 경우 중앙선관위가 2011년 매수죄에 한해 시효를 2년으로 연장하자는 의견을 낸 적 있지만,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안 됐습니다.

대신 국회는 공무원의 선거법 위반 공소시효를 10년으로 늘렸고, 이 공무원 범위에 선출직 공직자는 포함 시키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오정현입니다.

촬영기자:김동균

안승길

오정현 기자 (ohh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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