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5000억 들인 재난안전통신망에 ‘서울소방’ 빠졌다[이태원 핼러윈 참사]
행안부는 “활용 미흡” 인정
정부가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1조5000여억원을 들여 구축한 재난안전통신망에 ‘서울지역 소방’(서울소방)이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최초 구조활동에 나선 소방과 경찰,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공조가 늦어진 데도 이 같은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 재난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부실한 재난안전통신망 활용에 대해 “참사 당시 기관 간 통신이 미흡했다”고 인정했다.
9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행안부가 지난해 3월 구축한 재난안전통신망은 소방청, 경찰청, 해양경찰청 등 333개 재난유관기관이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전국 단일 통신망이다. 통신망에 연결된 무전기 버튼만 누르면 경찰·소방·지자체 직원이 음성·영상통화, 문자, 동영상·사진 전송 기능을 이용해 함께 대화하면서 사고에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구급 현장 최전선에 있는 서울소방은 해당 통신망을 활용하고 있지 않다. 서울소방이 재난 상황에서 경찰 등 다른 유관기관과 실시간으로 통신할 수 있는 체계가 온전히 갖춰지지 않은 것이다. 서울소방이 통신망을 활용하지 않는 이유는 현재 사용 중인 ‘UHF 무선통신망’과 영상 송수신이 가능한 ‘PS-LTE(4세대 무선통신기술) 시스템’을 연계하는 방안을 아직 개발 중이기 때문이다. 서울소방은 내년까지 이 같은 점을 보완해 재난안전통신망 구축을 완성할 계획이다.
행안부는 2018년 12월 통신망 구축을 위한 본사업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서울시가 소방에 예산을 편성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36억7400만원이 편성됐고, 올해에는 74억8000만원, 내년에는 35억7300만원이 투입된다. 소방 관계자는 “기존에 긴급재난 통신망을 경찰청과 소방청이 같이 썼다. 경찰청은 PS-LTE로 넘어갔고 소방은 UHF 무선통신망을 쓰고 있어 연동이 어려운 것”이라며 “아직 관제 지령 장치 및 관리 시스템, 녹취 시스템 등이 완벽히 구축되지 않아 활용할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기관 간 재난안전통신망이 처음 활용된 시점은 오후 11시41분이다. 이는 소방당국이 최초 신고를 접수했다고 밝힌 시점에서 1시간26분 지난 뒤다. 행안부가 공개한 지난달 29일 0시~30일 24시 기관별 이태원 지역 재난안전통신망 활용 현황을 보면 경찰청은 단말기 1536대로 8862초를 사용했다. 소방청은 단말기 123대로 1326초를 썼고, 의료 부문은 단말기 11대로 120초를 사용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소방청이 재난안전통신망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은 건 서울소방이 아니라 대응 단계가 상향되면서 지원 나온 인천·경기 등 (타 지역) 소방인력으로 추정된다”며 “소방청이 재난안전통신망 활용을 시작한 시점은 당일이 아니라 다음날인 30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행안부는 참사 당시 재난안전통신망 활용이 미흡했던 원인을 살펴보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왜 (통신망이) 사용 안 됐는지는 최초 상황 전파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에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용산구청 재난상황실은 참사 발생 이튿날인 30일 0시43분에서야 통화를 시작했다. 통신망을 이용해 기관 간에 주고받은 내용이 기록되지 않는 점도 문제다. 현재 시스템으로는 통신망을 활용한 기관과 망 사용 시간 등만 확인할 수 있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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