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영 겨눈 특수본 ‘음식점 춤 허용’ 조례 제정 경위 수사[이태원 핼러윈 참사]
참사 원인에 ‘업소들 클럽처럼 운영’ 지적…상인과 유착 조사
구의회 사무국 압수수색…구의원 시절 회의록 등 자료 확보
박희영 용산구청장(사진)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용산구의회 사무국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용산구는 일반음식점을 클럽처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를 만들었다. 특수본은 91%의 업소가 박 구청장 취임 이후 허가를 받은 점을 들어 이태원 상인들과 박 구청장이 유착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9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특수본은 지난 8일 용산구의회 사무국을 압수수색했다. 특수본이 압수한 자료는 7~9대 의원 현황, ‘춤 허용 조례’ 관련 회의록, 해당 조례 내용, 관련 민원 내용, 박 구청장의 구의원 시절 발언 전문, 의회 회의 내역 중 핼러윈 관련 사항 일체 등이다.
특수본이 들여다보고 있는 ‘춤 허용 조례’는 지난 4월8일 제정된 ‘서울시 용산구 객석에서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일반음식점의 운영에 관한 조례’이다. 식품위생법상 일반음식점에선 음향시설을 갖추고 손님이 춤을 추도록 할 수 없다. 하지만 해당 조례가 만들어진 덕에 용산구 업소들은 클럽처럼 운영할 수 있었다.
문제는 업소들이 클럽처럼 운영된 것이 참사의 한 원인이 되었다는 점이다. 참사 당일 생존자들은 “시끄러운 음악소리 때문에 의사소통이 안 됐고 위험을 알리기 힘들었다”고 증언했다. 운집을 피하기 위해 “위로”라고 소리친 것이 “밀어”로 잘못 해석돼 참사가 일어났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무엇보다 이 클럽형 업소들이 사고 골목에서 세계음식거리로 이어지는 삼거리 ‘T존’에 몰려 있어 대규모 인파가 좁은 골목에 집중됐다.
특수본은 박 구청장이 춤 허용 조례의 적용을 받는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업주들과 유착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조례 개정 후 ‘춤 허가 업소’로 선정된 24곳 중 22곳이 박 구청장 취임 뒤인 지난 7월 이후 선정됐다.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 사고에 대해 상인회로부터 첫 보고를 받을 정도로 업주들과 가까운 사이를 유지했다.
특수본은 박 구청장이 구의원 시절 구의회에서 발언한 내역 전문도 압수했다. 박 구청장은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소속으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용산구의원을 지냈다. 박 구청장은 구의원 당시 이태원 인근 불법 주정차 문제에 대해 “핼러윈 데이와 같은 특별한 기간에는 불법 주차 견인을 유예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하기도 했다.
특수본은 박 구청장의 참사 당일 행적도 수사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참사 발생 전 두 차례 이태원 현장을 방문했다고 밝혔으나 일각에서는 박 구청장의 집이 참사 발생 지점에서 250m 거리인 점을 들어 “단순히 집으로 귀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경찰은 박 구청장의 자택에서 해밀톤호텔로 향하는 길의 폐쇄회로(CC)TV를 확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본은 이날 브리핑에서 박 구청장의 당일 행적에 대해 “피의자의 동선과 상황조치 등 수사 사안은 확인해드리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조례에 해당하는 업소들이 서류를 구비해 구청에 신청하는 형식”이라며 “구청장은 이 과정에서 관여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해명했다.
이홍근·권정혁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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