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타는 서학개미…300불 vs 100불, 시험대 오른 테슬라[오미주]
[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테슬라 주가가 200달러 밑으로 추락하는 동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대규모 주식 매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트위터 인수를 위한 머스크의 테슬라 매도는 끝난 것인지, 테슬라 주가가 추가 하락을 멈추고 반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공시 자료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 4일과 7~8일 3거래일 동안 테슬라 주식을 1950만주, 39억5000만달러 규모로 매도했다.
머스크가 테슬라 주식을 매도한 3거래일간 미국 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테슬라는 11.1% 급락했다. 이 기간 동안 나스작지수는 거의 3% 상승했다.
머스크의 이번 테슬라 주식 매도는 트위터 인수 자금을 지불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추정된다.
월가 전문가들은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기 위해 50억~100억달러의 테슬라 주식을 매도해야 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지난 10월28일 트위터 인수를 완료할 때까지 머스크가 테슬라 주식을 팔았다는 공시가 나오지 않아 궁금증이 컸다.
결국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를 완료한 다음 테슬라 주식을 매도한 것이다.
머스크가 테슬라 주식을 매도한 3거래일 동안 테슬라 거래량은 3억1900만주로 일평균 1억600만주였다. 이는 과거 30일간 일평균 거래량보다 40%가량 많은 것이다. 머스크의 매도 물량은 전체 거래량의 6% 수준이다.
머스크의 매도 물량을 제외하고도 지난 3거래일간 테슬라 거래는 크게 늘어난 셈이다. 이는 머스크의 매도가 지난 3거래일간 테슬라의 주가 급락에 단초를 제공했을 수는 있지만 주요 원인은 아닐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머스크의 주식 매도가 있었다는 사실이 이날 알려지기 전까지 지난 4일 주가 급락은 테슬라 엔지니어 일부가 트위터에 투입되고 트위터 직원들은 대량 해고됐다는 등 트위터를 둘러싼 잡음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됐다.
7일엔 머스크가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을 찍으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려 주가가 5% 폭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8일엔 2017~2021년형 모델 S와 모델 X 4만168대를 리콜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테슬라는 2.9% 내려간 191.30달러로 마감했다.
사실 이 리콜은 주가를 떨어뜨릴 만한 문제는 아니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간단히 해결됐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지난 1일 기준으로 문제 차량의 97%에 대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미국 증시가 상승한 반면 테슬라가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트위터 인수와 관련해 머스크가 계속 구설수에 오르며 테슬라 이미지를 추락시키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됐다.
일단 머스크의 대량 매도도 주가 급락을 촉발시킨 원인이었던 것으로 확인된 만큼 9일 이후 테슬라 주가 흐름이 주목된다. 주가가 반등한다면 트위터 이슈와 머스크의 기행으로 인한 테슬라 주가 하락은 크게 걱정할 만한 문제는 아니었다고 일단 안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테슬라와 트위터 외에도 우주개발회사인 스페이스X와 터널 건설회사인 보링 컴퍼니, 뇌 연구 스타트업인 뉴럴링크 등을 거느리고 있다.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의 지난 4일 분석에 따르면 트위터를 제외한 나머지 4개 회사는 머스크가 전적으로 역량을 쏟지 않아도 될 만큼 경영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우선 스페이스X는 귄 샷웰이 일상적인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샷웰은 어려운 의사 결정도 척척 내리며 스페이스X 경영에 대한 머스크의 부담을 크게 덜어주고 있다.
아직 규모가 작은 보링 컴퍼니와 뉴럴링크는 투자은행인 메릴린치와 모간스탠리, 골드만삭스에서 일했던 재러드 버치올이 책임지고 있다. 버치올은 머스크가 자산부터 일정 관리까지 많은 것을 믿고 맡기는 인물이다.
테슬라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머스크 없이도 회사가 잘 돌아갈 수 있는 체제가 구축돼 있다. 머스크는 회사 여러 사업부가 두루 참여하는 팀을 엔지니어 위주로 구성해 협업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환경을 만들어왔다.
물론 외부에 노출된 테슬라 임원은 극히 드물다. 주주 위임장에 이름이 오른 테슬라 임원은 머스크와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재커리 커크혼, 최고 엔지니어인 드류 배글리노뿐이다.
거버 가와사키 자산관리의 로스 거버 사장은 커크혼에 대해 "최고로 능력 있고 매우 똑똑한 관리자"라고 평가했다.
배글리노는 공식 직책이 파워트레인 및 에너지 공학 담당 수석 부사장이지만 실제로는 2019년에 테슬라를 떠난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인 J. B. 스트로벨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최고 디자인 책임자인 프란츠 폰 홀츠하우젠과 주행 소프트웨어를 책임지는 애쇽 엘루스와미, 자동차 공학 담당 부사장인 라스 모라비 등이 테슬라를 이끌고 있다.
뉴 스트리트 리서치의 애널리스트인 피에르 퍼라구는 "이들로 인해 (머스크의) 트위터 분산은 테슬라에 제한적인 리스크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머스크는 매우 논리적인 경영자로 평가 받는다. 머스크와 함께 일한 적이 있는 한 임원은 머스크가 문제를 해결할 때 "추측도 없고 주관도 없다"며 "그는 언제나 문제의 객관적인 뿌리를 찾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지금은 테슬라에 치명적으로 중요한 시기다. 포드 등 전통 자동차회사들이 본격적으로 전기차 생산을 시작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서는 중국 전기차회사들의 판매가 늘어나며 테슬라 수요가 둔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트위터를 둘러싸고 부정적인 잡음이 계속 나오며 테슬라의 이미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거버 가와사키 자산관리의 거버는 "머스크는 그간 환경을 보호하려고 노력하는 좋은 사람이라는 이미지로 (광고비를 쓰지 않고도 광고가 되는) 천재적인 광고 시스템을 구축해왔으나 이제는 소셜 미디어에 악역으로 등장하고 있다"며 "이는 테슬라에 해악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테슬라와 머스크의 이미지 분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지금 테슬라가 당장 해야 할 일은 테슬라를 테슬라로 브랜드화하는데 집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테슬라 팬들은 지난 7일 트위터에서 테슬라에 홍보 담당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9000여명이 투표에 참여한 결과 필요하다는 응답이 53.3%로 절반이 넘었다.
머스크가 최고의 홍보팀이라는 대답은 17.8%, 홍보팀 구축은 돈 낭비라는 대답은 15%였다.
테슬라는 전문적인 홍보팀이 없기도 하지만 광고도 하지 않는다. GM과 포드가 지난해 합해서 60억달러를 마케팅에 쏟은 것과 비교된다. 두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40억달러였다.
테슬라는 내년 영업이익이 220억달러로 추산된다. GM과 포드의 마케팅비를 감안할 때 일반적인 자동차회사라면 영업이익의 15%인 33억달러 가량을 마케팅비에 투입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테슬라의 브랜드 재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테슬라가 홍보와 마케팅에 돈을 쓰기 시작하면 순이익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테슬라도 다른 많은 자동차회사 중 하나로 인식되게 된다는 문제가 생긴다.
배런스에 따르면 내년 순이익 전망치 기준으로 포르셰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8배, 도요타자동차는 9배다. 테슬라는 39배다.
테슬라 PER이 포르셰만큼만 떨어져도 주가는 90달러 밑으로 내려가야 한다.
실제로 22V 리서치의 존 로크는 테슬라의 주가 차트를 기술적으로 분석할 때 장기간의 주가 하락을 예고하는 머리-어깨 모양(헤드 & 숄더 패턴)이 완성됐다며 200달러 지지선이 무너진 만큼 추가 악재가 나온다면 100달러까지 주가가 쭉 미끄러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테슬라 낙관론자 중에 테슬라를 단순한 자동차회사라고 생각하고 투자하는 사람은 없다. 테슬라가 판매하는 전기차는 계속 소프트웨어가 업그레이드되며 그 자체로 AI(인공지능) 역할을 하는 자동차 이상이라고 믿는다.
이런 믿음이 실현되며 PER이 40배 이상으로 상승 견인될지, 아니면 그냥 자동차회사였을 뿐임이 드러나며 주가가 내림세를 탈지, 테슬라는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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