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입건된 용산소방서장 “항의 전화가 제 심정 대변”[이태원 핼러윈 참사]

강연주 기자 2022. 11. 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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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팎서 “희생양” 동정 여론 속
전문가 “결과만 바라본 수사”
최성범 서장 트라우마 치료
특수본 “적절히 대응 못해”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현장 지휘 과실을 물어 최성범 서울 용산소방서장(사진)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한 것을 두고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수사라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특수본은 “증거와 법리에 따라 수사하고 있다”고 했다.

특수본이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한 최 서장의 혐의는 현장 소방관들에게 인명 구조·구급 처치 등에 필요한 활동을 적절히 지시하지 못했고, 소방 대응 2단계를 발령할 권한이 있었음에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9일 브리핑에서 “용산소방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내부 문건과 보디캠 현장 영상, 소방 무전 녹취록 등 수사 상황을 종합해 입건했다”고 말했다.

특수본은 최 소방서장이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소방 대응 2단계’를 발령하지 않은 점이 문제라고 본다. 소방서장은 관할지 상황에 따라 1단계 명령을 건너뛰고 곧장 2단계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대응 1단계는 일상적 사고에 발령되는 단계로 관할 소방서 인력만 투입된다. 대응 2단계는 중형 재난으로 분류돼 인근 소방서 인력까지 동원된다.

최 소방서장은 압사 신고가 소방에 처음 접수되고 13분 뒤인 지난달 29일 오후 10시28분 현장에 도착해 오후 10시43분 소방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2단계 발령이 내려진 것은 그로부터 30분 뒤인 오후 11시13분이다. 2단계는 최 서장이 아니라 최태영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이 발령했다. 최 소방서장이 해밀톤호텔 옆 골목에 사람들이 5~6겹으로 쌓인 현장을 목격한 뒤 곧바로 2단계 발령을 내렸어야 한다는 게 특수본 판단이다.

조계종, 이태원 희생자 추모 ‘오체투지’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이 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 도로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용산소방서 관계자는 “최 서장은 참사 발생 직후 현장에서 당장 파악할 수 있는 환자의 규모를 추려 1단계 대응 명령을 내렸다”며 “최 서장은 현장 정보를 계속 수집한 뒤 최태영 본부장에게 피해 상황을 보고했고, 이에 최 본부장이 2단계 발령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본은 참사 당시 구급차들이 도로 한가운데 엉켜 구조가 늦은 데 대한 책임도 최 소방서장에게 있다고 본다. 압사로 사상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서울 각지에서 구급차들이 연이어 출동했는데 현장 배치에 혼선이 생겨 환자 이송이 지연됐다는 것이다. 또 참사 현장과 1㎞ 떨어진 순천향대병원에 전체 사상자 353명 중 23%인 82명을 이송한 탓에 ‘환자 쏠림’으로 응급 처치가 원활하지 않았다고 본다.

소방 안팎에서는 최 소방서장에 대한 형사처벌 움직임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경찰은 결과론적으로만 접근하고 있는데 현장에 있던 지휘관의 판단을 우선적으로 존중해야 한다”며 “과거 판례에 비춰보더라도 최 소방서장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처벌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 서장은 통화에서 “제가 입건된 것에 대한 아쉬움과 분노를 표하는 민원성 전화가 소방에도 잇따르고 있다”며 “이 부분이 제 심정을 대신하는 것이라고 봐주시면 된다”고 했다. 다만 “제가 용산을 관할하는 소방서장인 만큼 도의적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최 서장은 참사 트라우마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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