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 ‘불법 증축’ 의혹 해밀톤호텔 대표 입건[이태원 핼러윈 참사]

윤기은 기자 2022. 11. 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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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압수수색…행안부 등 수사엔 “어떤 기관도 대상”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이태원 핼러윈 참사’ 부실대응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압사 사고 발생 골목과 인접한 해밀톤호텔 대표를 건축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서울 용산경찰서의 핼러윈 축제 정보보고서 삭제 의혹과 관련해선 서울경찰청 간부가 삭제를 지시한 정황을 확인해 수사 중이다. 재난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와 대통령실을 상대로 한 늑장 수사 지적에는 “어떤 기관이라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특수본은 9일 해밀톤호텔과 호텔 대표이사 A씨 주거지, 참고인 주거지 등 3곳에 수사관 14명을 보내 건축물 인허가와 관련된 자료를 확보했다. A씨는 호텔 주변에 불법 구조물을 세우고 도로를 허가 없이 점용한 혐의(건축법·도로법 위반)를 받고 있다.

압사 사고가 발생한 골목길과 맞닿은 해밀톤호텔 본관 서쪽에는 에어컨 실외기를 가리는 철제 가벽이 10여년 전 설치됐다. 이 가벽으로 인해 골목이 더 좁아져 참사 당일 인명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해밀톤호텔은 본관 2층 후면과 별관 1층에 테라스 등을 무단 증축해 불법 영업을 하고 있다.

김태수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에 따르면 해밀톤호텔은 2013년 불법 증축 사실 적발 후 9년간 5억원이 넘는 이행강제금을 내고 철거를 미뤄왔다. 특수본은 용산구청이 불법 구조물을 방치해 인명 피해를 키웠다고 보고 조만간 담당 공무원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해밀톤호텔의 불법 건축물이 이태원 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본은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아직 입건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핼러윈 축제 기간 인파 밀집이 예상되는데도 사전 대비와 사후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아 수사선상에 오른 상태다. 김 대변인은 현재 참고인 신분인 두 사람의 피의자 전환 가능성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라고 했다.

특수본은 용산서 공공안녕정보외사과장(정보과장)이 정보관에게 경찰 내부망에 등록했던 ‘핼러윈 축제 인파 위험 보고서’를 참사 발생 이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특수본은 압사 사고 발생 소식을 뒤늦게 파악해 늑장 대처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로 입건된 이 전 서장에게 직권남용·증거인멸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 특수본은 최성범 용산소방서장과 같은 소방서 지휘팀장 A씨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참사 당시 인접 소방서들이 일제히 출동하도록 하는 ‘소방 대응 2단계’를 신속히 발령하지 않은 경위를 파악 중이다. 소방당국은 사고 발생 1시간 가까이 지난 지난달 29일 오후 11시13분에야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특수본은 이날까지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행정안전부와 대통령실을 상대로는 수사를 개시하지 않았다. 김 대변인은 “어떤 기관이라도 법령상 책무와 역할이 있었음에도 부실한 조치로 이번 사망의 결과를 초래했다면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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