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차 마실까 토종원두 커피 마실까… 향으로 기억되는 고흥 여행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최현태 2022. 11. 9.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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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은 국내 유자 최대 생산지/고흥유자공원에 탐스러운 노란 유자 주렁주렁/비타민C 귤의 3배 피로하고 감기 걸릴 때 효과좋아/2022 고흥유자석류축제 10∼13일 다채로운 행사 펼쳐져/고흥 최초 커피재배 성공 커피농장 산티아고에선 고흥커피 즐겨 

고흥유자공원
곱게 간 커피를 가지런히 올린 드리퍼. 보글보글 끓인 물을 천천히 방울방울 떨어뜨리자 초콜릿 빛깔로 ‘커피빵’이 부풀어 오르더니 모락모락 피어난 향이 비강으로 마구 파고든다. 깊어가는 가을과 진한 커피 향.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조합이 있을까. 야외 테이블 너머로 가을걷이가 끝난 논과 불타는 단풍까지 어우러지니 가을 낭만이 가득하다. 가을 닮은 유자와 커피 향 즐기려 고흥으로 떠난다.
◆찬바람 불면 생각나는 새콤달콤 유자차

전남 고흥군 고흥유자공원으로 들어서자 매혹적인 유자 향기가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가지가 휘어지도록 주렁주렁 달린 탐스러운 유자. 높고 파란 가을 하늘과 초록잎 그리고 유자의 예쁜 노란색이 어우러지는 풍경은 마치 한 편의 가을 동화처럼 예쁘다. 유자나무가 빽빽해 유자밭으로 걸어 들어간 연인의 얼굴도 노란색으로 물든다. 바닥에 떨어져 뒹구는 유자 하나 주워 코에 가져가 본다. 금세 입에 침이 잔뜩 고이게 만드는 새콤한 향. 여행의 피로로 졸리던 눈이 번쩍 뜨인다. 

고흥을 비롯해 전남 완도와 진도, 경남 남해와 거제 등 유자는 대부분 남해안 지역에서 재배된다. 유자 재배의 북방한계선인 데다 기후변화에 특히 민감한 유자의 재배지로서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서다. 그중 고흥은 우리나라 최대 유자 생산량과 재배 면적을 자랑한다. 특히 다른 곳보다 향, 당도, 맛이 훨씬 뛰어나다. 유자의 원산지는 중국. 그런데 중국 사신이 고흥 유자를 맛본 뒤 흠뻑 빠져 중국 황제에게 진상하는 유자를 중국이 아닌 고흥에서 재배하려고 했다는 일화가 전해질 정도다.

고흥유자공원
입동을 지나 일교차가 점점 커지는 요즘 유자를 즐기기 좋은 계절이다. 으슬으슬 감기 기운이 돌 때 따뜻한 유자차 한잔을 즐기면 몸도 마음도 편안해진다. 이유가 있다. 유자의 비타민C는 귤의 3배로, 구연산이 풍부하며 피로 회복과 소화액의 분비 촉진에 좋고 특히 감기를 다스리는 효과가 크다. 고흥 전 지역에서 유자를 재배하지만 그중에도 풍양면과 두원면이 최고의 산지. 풍양면 한동리에 숲을 이루고 있는 고흥유자공원에서는 늦가을 매혹적인 유자 향기를 만끽하면서 산책까지 즐길 수 있다. 유자공원은 전망대, 산책로, 탐방로, 약수터, 쉼터 등으로 꾸며졌다. 또 공원 입구 쪽에는 유자공원 특산품 전시판매장이 있어 고흥 유자 재배의 역사, 특성, 약리 효과 등 고흥 유자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생과, 유자주스, 유자청 등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고흥유자공원
풍양면 야막리의 풍양주조장에선 유자향주가 기다린다. 풍부한 일조량과 바다 향을 듬뿍 안고 자라는 고흥 유자로 만든 유자향주는 3년간 발효한 유자액과 한약재 5종을 섞어서 마지막 발효 공정에 투입하는데 일반 탁주와는 달리 부드럽고 단맛이 강하면서 뒤끝이 깨끗하다. 유자술은 예부터 기관지염, 천식, 기침 등 호흡기 질환을 다스리거나 위 속의 악취를 제거하는 약술로 여겨져 왔다. 
2019 고흥유자석류축제
2019 고흥유자석류축제
석류도 고흥이 전국 생산량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최대 산지. 석류는 에스트로겐이 풍부해 여성에게 좋은 과일로 알려졌으며, 비타민B1·B2 등 수용성 비타민과 무기질, 칼륨 등이 풍부해 인기다. 이런 고흥 유자와 석류를 더 즐겁게 즐기는 2022 고흥유자석류축제가 10∼13일 풍양면 한동리 일원에서 3년 만에 다시 열린다. 양리마을의 ‘유자 금은보화 둘레길’과 대청마을의 ‘대한민국 유자1번지길’에서 만추를 즐기며 고흥 유자의 정취에 흠뻑 빠질 수 있다. 유자와 석류를 활용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가요제도 열리며 12일에는 제1회 고흥9미 전국요리경연대회도 마련된다. 요리경연대회 부대 행사로 9미 도시락 체험, 농특산물 퓨전요리체험, 수산물 밀키트 요리 체험, 유자 석류 브랜드빵 체험을 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 운영돼 고흥의 맛을 한곳에서 만끽할 수 있다.
커피농장 산티아고
산티아고
◆고흥에서 자라는 토종 커피 마셔봤나요

고흥을 대표하는 또 다른 먹거리는 커피다. 그런데 놀라지 마시라. 고흥에서 직접 커피를 재배한다.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직접 만들어 마셔본 이는 잘 안다. 커피는 원두의 신선도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원두의 품질이 좋고 로스팅한 지 일주일이 지나지 않았다면 아무리 실력 없는 이가 내려도 바리스타 뺨칠 정도로 맛있다. 더구나 현지에서 재배된 신선한 원두를 바로 로스팅해서 마시니 커피가 맛있을 수밖에 없다. 수입 커피는 현지 생산·가공을 거쳐 국내 소비자가 만나기까지 보통 8개월에서 1년은 걸린다. 반면 고흥 커피는 생산된 지 두 달이면 맛볼 수 있으니 신선도를 비교하기 어렵다.

산티아고
고흥의 따뜻한 해안가에는 직접 커피 농장을 운영하는 농가가 14곳 정도 있고 아라비카, 크리스털 마운틴, 하와이안 코나를 주 품종으로 재배한다. 커피는 보통 최저 섭씨 4도 이상의 온도가 생장에 적합한데 고흥은 연평균 온도 섭씨 13.7도, 강수량 1401㎜, 일조시간 2370시간으로 겨울에도 영하로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날씨가 온화해 커피나무가 무럭무럭 잘 자란다. 

과역면 산티아고가 커피 농장의 원조격으로 2014년 처음 커피나무 묘목을 심어 재배에 성공했다. 카페 문을 열자 공간을 가득 채운 진한 커피 향이 진동한다. 정성스레 내린 고흥 커피 한 잔을 마신다. 군고구마와 갓 볶은 아몬드같은 구수한 향이 비강으로 퍼지더니 이내 다크 초콜릿 향도 따라오고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신선한 산도가 미각을 자극한다. 맛과 향의 밸런스가 아주 뛰어난 것을 보니 로스팅한지 얼마 안 된 것 같다.

산티아고 커피나무 
카페 인근에 커피 농장이 자리 잡고 있다. 농장으로 가는 길에는 대봉 감과 노랗게 익은 모과가 주렁주렁 열렸다. 주인장은 모과는 마음대로 따 가고 감은 우리 식구 먹을 것만 좀 남겨놓으라니 넉넉한 시골 인심이다. 농장으로 들어서자 커피나무에서 아직은 초록인 커피 열매가 무럭무럭 자란다. 산티아고에서는 고흥 커피 외에도 에티오피아, 과테말라 등 다양한 나라의 스페셜티 원두를 즐길 수 있다. 

고흥=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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