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때처럼 보수 의견만 반영…퇴행하는 교과서
연구진 ‘민주주의’ 용어 결정
교육부 ‘자유’ 넣어 일방 수정
국민참여소통채널로 접수
접수 의견 확인도 불가능
교육부는 국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애초 방침과 달리 2022 개정 교육과정 행정예고안에 보수 진영의 일방적인 주장만 반영했다. 충분한 논의 없이 사회적 갈등이 예상되는 수정안(행정예고안)을 발표했다. 교육계에서는 교육과정이 ‘퇴행’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교육부에 따르면 역사과 정책연구진은 국민참여소통채널을 통해 접수된 국민 의견을 반영해 역사과 교육과정 성취기준과 해설에서 ‘민주주의’란 용어를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 중 일부는 ‘자유민주주의’로 수정했다. 교육부는 애초 지난 2일 행정예고안을 공개하기로 계획했다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 애도기간에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일주일 뒤로 미뤘다. 이미 진영 간 대립하는 의견으로 논란이 촉발될 것을 예상하고도 보수 의견만 반영한 교육과정을 내놓았다.
지난 9~10월 열린 공청회에선 진보 단체들이 민주시민·노동·생태교육 관련 내용을 축소·삭제한 시안을 수정하라는 목소리를 냈다. 이에 맞서 현장에 난입한 보수단체 회원들은 고성과 폭력으로 공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갔다. 교육부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자유민주주의’와 ‘6·25 남침’ 등의 표현을 넣고 성평등 교육 관련 내용 등은 뺐다.
다방면으로 의견을 수렴해 정책연구진에 전달하기 위해 교육부가 지난 8월30일부터 운영한 국민참여소통채널 역시 제한적으로 작동했다. 교육부는 공청회 전 15일간 1차로 접수한 국민 의견은 7860건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체 의견 가운데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주제에 대한 엇갈린 의견들이 각각 몇 건이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공청회 이후 2차로 5일간 추가 수렴한 의견은 전체 건수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현재 국민참여소통채널은 그간 접수한 의견을 다시 볼 수 없게 해당 게시판을 닫아둔 상태다.
교육부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에도 교과서포럼 등 뉴라이트 단체의 의견을 받아들여 역사 교과에서 민주주의 용어를 자유민주주의로 일방적으로 바꾼 전례가 있다.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지난 7일 취임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다.
성기선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가톨릭대 교수)은 “국가교육과정 개정 과정에서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민주적 절차를 마련해 놓고도 일부 정치세력과 교육부 당국의 의견만 일방적으로 반영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자유민주주의’란 표현 자체가 교육기본법이 명시하고 있는 정치적 중립에 어긋나므로 향후 이를 다시 고치는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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