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밀려온다②] 바다가 삼킨 마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뉴스데스크] ◀ 앵커 ▶
지금 이집트에서는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점점 커지는 온실가스 피해에 전지구적인 대처를 논의하는 자립니다.
MBC는 근래 그 피해 가운데 최근 가장 뚜렷하고,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해수면 상승 문제를 다룬 기후변화 연속보도 '물이 밀려온다'를 준비했습니다.
해수면 상승문제가 몇백년, 몇십년 후에 닥칠 일이 아니라 이미 '오늘', 우리가 직면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논밭이 바다가 되고, 집 방안을 물고기가 점령한 한 바닷가 마을의 모습을 보여드릴텐데요,
인도네시아 자바섬에 김민욱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잔잔한 바다 한 가운데 작은 마을이 있습니다.
옹기종기 모인 집들이 위태롭게 물 위에 떠 있습니다.
마치 수상마을과 같은 이곳은 인도네시아 자바섬 북부 데막의 베도노 마을입니다.
수도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400킬로미터 떨어진 베도노 마을.
마을이 가까워 질수록 바닷물도 점점 다가오더니 어느새 바로 발 밑에서 찰방입니다.
베도노 마을은 원래 주민들이 마을 주변에서 농사를 짓던 곳이었습니다.
20년 전까지 해안선은 1킬로미터 넘게 떨어져 있었습니다.
[빠시째/주민] "2003년부터 물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에는 이곳에서 벼농사를 지었어요."
마을의 모습이 이렇게 달라진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해수면 상승 때문입니다.
베도노 마을이 있는 자바섬 북부는 매년 7~10밀리미터씩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연간 3.3밀리미터인 세계 평균의 두 배 이상입니다.
또 해안의 개발 행위도 해안선 변화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자리를 지키던 해안선이 무너지자 물은 빠른 속도로 마을을 덮쳐왔습니다.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던 길도 물 아래로 사라졌고, 한 때 180명의 학생들이 다녔던 학교도 재작년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학생들이 떠난 교실에선 이제 바닷물이 넘실거리고 있습니다.
"여기는 구당이라고 적혀 있는데 물어보니까 이게 창고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학교 창고인데, 창고는 완전히 바닷물에 잠겼습니다."
지난 2000년에 이 학교를 졸업한 이콴 씨.
이콴 씨는 주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고 말합니다.
[이콴/주민] "어렸을 때는 학교까지 자전거를 타과 왔다갔다 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길이 물에 잠겨서)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굉장히 슬픕니다."
바다가 삼킨 마을.
하지만 사람들은 마을을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콴 씨의 소개로 방문한 한 침수 주택.
대나무로 얼기설기 엮은 작은 다리가 집과 길을 이어주는 유일한 통로입니다.
물이 높아질 때마다 마루를 함께 높여야 해서 이제 집에서는 항상 허리를 굽히고 생활해야 합니다.
[수크런 악베르/주민] "원래는 지금 물이 있는 곳 아래 바닥에 문이 있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물이 이렇게까지 올라왔습니다."
물이 더 높아질 경우 이곳에서 사는 게 불가능하지만 집을 옮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돈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육지와 연결된 이 마을은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이콴 씨의 배를 타고 모든 길이 끊긴, 버려진 마을로 들어가 봤습니다.
"원래 육지였던 곳이어서 수심이 깊지 않습니다. 배가 나가기 힘들어서 이콴 씨가 물에 들어갔습니다."
"이곳은 원래 155가구가 있었던 제법 큰 규모의 마을이었는데 2017년에 이렇게 폐허가 됐다고 합니다."
물에 잠겨 세상과 단절된 마을.
마을 안쪽 길은 커다란 고둥이, 물이 가득찬 집 안쪽은 물고기들이 점령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도 아직까지 떠나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론디/주민] "(전에는) 길도 좋았고 이렇지 않았는데 한 20년 전부터 길이 이런 식으로 엉망이 됐어요."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겁니다.
[이콴/주민] "다섯 가구 정도가 아직 살고 있어요. 집을 옮길 수 있는 돈이 없어서 아직 여기 그냥 살고 있습니다."
1년에 1센티미터씩 높아지는 바다.
작은 변화같지만 20년이 쌓이면 20센티미터입니다.
여기에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과 파괴가 더해지면 피해는 이처럼 겉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본단/그린피스 인도네시아 활동가] "해수면이 상승하면 해안가 어부의 삶이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생활 방식이 완전히 바뀌고 또 경제에까지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해수면 상승은 이처럼 해안가 주민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안깁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해수면 상승이 계속된다면 그 피해는 이곳 주민들 뿐 아니라 우리에게까지도 닥쳐올 수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데막에서 MBC뉴스 김민욱입니다.
영상취재 : 장영근 / 영상편집 : 남은주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영상취재 : 장영근 / 영상편집 : 남은주
김민욱 기자(wook@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425393_35744.html
[저작권자(c) MBC (https://imnews.imbc.co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Copyright © MBC&iMBC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금지
- [단독] 대통령 지시사항 전파는 TV로? 재난정보망 '무용지물'
- 이태원 해밀톤호텔 압수수색‥경찰청장은 재차 "송구"
- 정진상도 압수수색‥"룸살롱 마련한 돈으로 사업청탁"
- 민주·정의·기본소득 3당,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참사의 진실 밝혀야"
- [여론조사①] 윤 대통령 국정운영, 잘한다 '33.4%'‥못한다 '59.7%'
- 윤희근 경찰청장 "국민 안전은 경찰 존재이유‥참사에 송구
- 김은혜, '웃기고 있네' 메모 논란에 "부적절한 처신 매우 송구"
- 일산대교 유료화 유지‥법원 "경기도 처분 위법"
- 머스크 계정 차단한 트위터 이용자들 "차단 저절로 풀려"
- 정부, 미국 추가 대북 독자제재 조치에 "환영‥대북 공조 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