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웃기고 있네” 풍경이 보여준 윤 정부 6개월의 오만과 무능
“웃기고 있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노트에 쓴 메모로 8일 대통령실 국정감사가 고성으로 뒤덮였다. 이태원 참사를 질타하는 국감에서 대통령실 참석자들이 키득거리다 주의받은 뒤 수석비서관들이 결코 해선 안 될 필담을 나눈 것이다. 국감을 받는 고위공직자들의 태도는 말할 것도 없고,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과 국민을 두 번 울린 오만한 언행에 입을 다물 수 없다. 사적인 대화라고 둘러댔지만, 여당 소속 운영위원장까지 개탄하고 이들을 국감장에서 퇴장시켰다. 윤석열 대통령 사과까지 희화화한 두 사람은 참모로서 자격을 잃었다.
국민 염장을 지르는 말은 또 있었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장관·청장 바꾸라 하는 건 후진적”이라고 답변했다. 허물어진 재난안전 내각에 책임을 지우는 인책 없이 가겠다는 뜻을 비친 것이다. 참사 후 총리는 공식석상에서 농담하고, 재난대처 주무장관은 “우려할 인파가 아니었다”고 헛소리하고, 참사 아닌 사고라고 지침 내린 정부의 오작동에 위아래가 따로 없음을 보여주었다. “왜 4시간 쳐다만 봤느냐”고 대통령이 경찰만 나무란 말은 국민이 정부에 되묻고픈 말이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무소속 의원 181명이 9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본회의에서 가결되면 국정조사특위가 정부 기관과 증인을 상대로 진상규명에 나선다. 여당은 “수사 뒤에 판단하겠다”며 머뭇거리지만, 과거 삼풍백화점·세월호·가습기살균제 참사나 박근혜 국정농단 때도 수사와 국정조사를 함께 했다. 형사 처벌과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는 국정조사를 동시에 진행한 것이다. 수사 대상인 경찰청장이 압수수색까지 보고받는 경찰의 ‘셀프수사’ 결과를 국민이 신뢰할 수 없다. 국정조사는 여당도 동참하고, 성역 없이 이뤄져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9일로 6개월이 지났다. 국정지지율이 20%대까지 곤두박질치고 있다. 비전·의제는 실종되고, 통합·협치 약속은 공염불되고, 국정 동력·신뢰마저 뚝 떨어진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가장 큰 책임은 일방적인 대통령실 용산 이주로 시작해 검찰·극우 인사 편중 기용에 ‘내부 총질’ 문자와 비속어 설화까지 빚은 대통령에게 있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잡음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학령 인하’ 논란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레고랜드 부실대응이 겹쳐졌다. 공정을 표방한 집권 명분은 형평성 잃은 검경 수사로 형해화됐고,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만든다던 약속은 이태원 참사로 길을 잃었다. 국정의 틀을 짜야 할 임기의 10%를 혼선 속에 허송세월했다는 혹평을 피할 수 없다.
빨간불이 켜진 경제·민생 위기와 안보 위기로 국민은 힘들고 불안하다. 최고권력이 불신받는 리더십 위기를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책임자부터 엄중 문책해야 한다. 고개를 젓는 국민이 등까지 돌릴 수 있다는 경각심으로 국정을 일대 쇄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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