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단식’ 오빠의 책 읽으며, 동생은 기후정의를 꿈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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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 사이프(29)는 자신의 무릎 위에 놓인 책을 또박또박 읽어 내려갔다.
사이프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처해 있는 심각한 상황과 기후정의 등에 대해 자유롭게 연구하고, 발언하고,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며 "발언과 집회의 자유가 제한된 상황에서는 전세계 시민사회가 연대하기도 힘들고, 기후위기에 대응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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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 행사 초대된 이집트 민주화운동가 동생
‘인권 없는 기후정의 없다’ 공감대 확산
사나 사이프(29)는 자신의 무릎 위에 놓인 책을 또박또박 읽어 내려갔다.
“기후위기는 글로벌 문제다. 대륙을 넘은 연대가 필요하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기 위해서는 모든 형태의 불평등을 끝내야 한다. 그래야 전세계적인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다.”
사이프의 오빠이자, 현재 이집트 감옥에 갇혀 있는 민주화 운동가 알라 압둘파타흐(41)가 지난 4월 출간한 책 <당신은 아직 패배하지 않았다>의 일부분이다.
인권 없이는 기후 정의도 없다.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리고 있는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독일 홍보 전시장에서는 8일(현지시각) 저녁 이 명제를 확인시켜주는 장면이 펼쳐졌다. 휴먼라이츠워치, 국제앰네스티 등 국제 인권단체가 연 ‘연대의 꿈’이라는 주제의 행사에 압둘파타흐의 누이동생 사이프가 초대됐다. 오빠의 책 일부를 읽고 난 사이프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오빠가 살아남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우리와 함께하길 바랍니다. 우리는 기후위기 상황에서 그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행사 30분 전인 오후 6시께부터 모여들기 시작한 사람들은 400명 안팎에 달했다. 이번 총회에서 웬만한 나라 정상들이 주최한 행사보다 참석자가 많았다. 압둘파타흐의 안위와 이집트 당국의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한 총회 참가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참석자들은 때때로 사이프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패널로 나선 인권단체 관계자들도 “효과적인 기후 행동을 위해서는 거리에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며 전통적으로 집회·시위가 많이 열리는 국제행사인 당사국 총회에서마저 집회·시위를 제한한 이집트 당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이집트의 인권 상황에 초점을 맞춰 기후행동을 위한 인권 보호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사이프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처해 있는 심각한 상황과 기후정의 등에 대해 자유롭게 연구하고, 발언하고,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며 “발언과 집회의 자유가 제한된 상황에서는 전세계 시민사회가 연대하기도 힘들고, 기후위기에 대응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기본 인권이 전제되지 않고 어떻게 기후변화라는 큰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패널로 나선 인권단체 관계자들도 “효과적인 기후행동을 위해서는 거리에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며 집회·시위를 제한한 이집트 당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사이프의 오빠인 압둘파타흐는 2011년 이집트 등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인 ‘아랍의 봄’을 주도한 핵심 운동가였다. 그는 그동안 세 차례 수감생활을 했다. 지금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고문과 관련한 게시물을 올려 가짜뉴스를 유포했다는 혐의로 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옥중에서 단식투쟁 중이던 압둘파타흐는 이번 총회 개막에 맞춰 단식 수위를 높여 물 마시기를 중단했다고 사이프는 전했다.
총회가 끝나기 전에 그가 숨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영국, 프랑스, 독일 지도자들은 모두 이번 총회 개최국인 이집트의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을 만나 그의 석방을 위해 로비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총회 현장에 참석한 세계 기후환경단체들 사이에서도 압둘파타흐의 안위를 걱정하며, 인권 없는 기후 정의는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상황이다.
샤름엘셰이크/글·사진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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