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재난과 싸우고 생명 구하는 '소방관'…"우리가 해야 할 일"
[EBS 뉴스]
이혜정 앵커
오늘은 11월 9일, 소방의 날입니다.
화재사고를 예방하자는 의미의 날인데, 화재뿐 아니라 각종 재난 현장의 최전선에는 항상, 이분들이 있습니다, 소방관이죠.
목숨을 걸고 일하지만, 이들의 처우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져왔습니다.
오늘 현장을 뛰는 소방관을 직접 모셨습니다.
이형은 소방장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소방장님, 먼저 시청자 여러분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형은 소방장 / 은평소방서 녹번119안전센터
안녕하세요. 은평소방서 녹번119안전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소방장 이형은입니다.
소방관 경력은 현재까지 10년 11개월이고, 현재 진압대원으로 화재진압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혜정 앵커
보통 소방관 하면 화재 현장을 가장 많이 떠올립니다.
하지만, 화재만이 아니죠?
이형은 소방장 / 은평소방서 녹번119안전센터
소방관의 업무는 크게 소방의 뿌리이자 근원인 화재 진압 분야, 그리고 현장에서 위험에 빠진 구조대상자를 구조하는 구조 분야, 위급한 환자를 응급처치하고 병원까지 신속히 이송하는 구급 분야, 재난의 4요소인 예방·대비·대응·복구 중 예방·대비·복구 업무를 담당하는 행정 분야 4가지 파트로 나눌 수 있고요.
현재 시민 안전을 위해 위험 동물 포획 및 생활 안전 전반까지 다양한 출동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혜정 앵커
지금은 소방장님께서 화재 진압 업무를 주로 하신다고 했지만, 말씀하신 다른 분야에서도 일하신 적이 있으시죠?
이형은 소방장 / 은평소방서 녹번119안전센터
네, 그렇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시민의 안전을 교육하는 안전교육 담당도 수행하고 있고요.
화재 교관으로서 신규 소방관 분들이나, 재직자 분들께 화재 교육을 전담하는 교관 업무도 수행하는 바 있습니다.
이혜정 앵커
소방관으로 일하신 지 곧 11년이 되시는데요.
지금까지 나가셨던 현장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있다면요?
이형은 소방장 / 은평소방서 녹번119안전센터
사실 앵커 분의 질문을 듣고, 특정 사건보다 생각하고자 한다면 모든 현장이 기억에 남습니다.
다만 현장마다 힘들다기보다는 시간의 길고 짧음의 차이이고, 현장의 위중 정도의 차이입니다.
관할 내 지나가는 건물만 봐도 이 건물에 어떤 출동을 나왔었는지 기억이 납니다.
때문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영어 줄임말 PTSD(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의 D를 장애, Disorder로 표현하는 것이 이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혜정 앵커
출동했던 건물만 봐도 현장이 기억이 난다, 얼마나 어려우실까 생각이 듭니다.
소방관으로 일하면서 힘든 일도 정말 많으실 것 같습니다.
이형은 소방장 / 은평소방서 녹번119안전센터
함께 근무하는 혹은 근무했던 동료의 큰 부상이나 순직이 그러할 것입니다.
또한 현장에서 소중한 생명을 구해내지 못했을 때 근무지로 돌아와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혜정 앵커
참 참혹한 현장을 겪어내는데, 그런 헤아리기 어려운 마음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조심스럽기는 한데,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도 얼마나 많은 소방관 분들이 애써주셨는지 잘 알고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 나가신 분들의 마음이 어떨지 걱정이 큽니다.
어떠신지요?
이형은 소방장 / 은평소방서 녹번119안전센터
현장에 출동했던 대원들의 이야기를 많이 전해들었는데요.
일반적인 사고 현장이 아닌, 다수 사상자가 발생하는 참혹한 사고 현장 같은 경우는 소방관들이 경험하기는 조금 드문 경우이기 때문에, 소방청과 본부 차원에서도 심리치료 및 심신 안정 휴가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상황이고요.
다만, 최근에 누구보다 현장에서 열심히 활동하신 최성범 용산서장님께서 입건되었다는 소식에 많은 대원들이 안타까워하고,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혜정 앵커
네, 소방관뿐이겠습니까, 많은 국민들이 함께 바라보고 있는 일이니까, 힘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소방관 분들이 트라우마를 갖게 되는 일이 많다고 하는데, 그런 현장에서, 주변에, 가까운 분들을 보셨는지요?
이형은 소방장 / 은평소방서 녹번119안전센터
과거 같이 근무를 했던 선배님 중에, 홍제동 참사, 삼풍사고 등 동료의 순직 그리고 많은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참사들 이후 우울증약을 복용하시며 힘들어 하시는 걸 보았습니다.
얼마 전 안타깝게 발생한 10.29 참사에 출동한 많은 대원들도 마찬가지인데요.
말씀드렸듯이 현재 소방청과 제가 근무하는 서울소방재난본부의 적극적인 심리 치료 지원 및 휴가 정책으로 즉각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직원들에게 행정적인 대책을 수립해서 지원을 하고 있고요.
PTSD는 질병이 아닌 장애이기 때문에 주변 동료들의 관심과 대화 그리고 함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들이 시행이 되고 있으니, 많은 직원들이 현장, 현실로 복귀해서 다시 행복한 삶을 지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혜정 앵커
절대로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들에도 불구하고 소방관들이 현장에 출동할 수 있는 데는 어떤 원동력, 어떤 힘이 있기 때문일 것 같아요.
이형은 소방장 / 은평소방서 녹번119안전센터
네, 그렇습니다.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수만 가지 직업 중 누군가의 소중한 생명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직업은 몇 개가 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책임감을 느끼고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혜정 앵커
네, 마지막 질문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계시는 소방관들의 처우가 열악하다, 이런 문제가 지적됐는데, 이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형은 소방장 / 은평소방서 녹번119안전센터
많은 국민들의 사랑과 응원, 그리고 정부의 지원으로 국가직 전환이 되었지만, 아직 급여 등은 조금 더 개선이 필요한 상태인 것 같고요.
기본급을 공안직 수준으로 상향하는 것도 검토되고 있다고 하니 희망을 가지고 더욱 즐거운 마음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혜정 앵커
네, 언제나 우리 곁에 소방관 여러분이 함께여서, 정말 든든합니다.
이 든든함이 우리뿐 아니라 소방관 분들께도 전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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