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범기 내려달라”…교포 초등생 항의에 욱일기 퇴출한 美 박물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9일 자신의 SNS에 “우리 팔로워님들은 정말 대단하시다”며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사는 A군(9)의 소식을 알렸다.
서 교수에 따르면 A군의 어머니는 최근 서 교수에게 “얼마 전 아이가 스미소니언 매거진 사이트에 있는 동영상을 시청하던 중 욱일기를 발견하고 알려줬다”며 연락을 했다. 해당 사이트는 미국 스미소니언 국립 자연사 박물관이 운영하는 곳이다.
A군의 어머니는 “이순신 장군을 존경하는 3학년 아들이 얼마 전 스미소니언 매거진 사이트에서 전범기가 삽입된 동영상을 발견했다. 고양이 관련 동영상이었는데 일본 사례를 소개하며 전범기를 썼다”고 밝혔다. 실제로 고양이가 애완동물로서 인간에게 얼마나 길들었는지 설명하는 1분가량의 동영상에는 50초 부분부터 배경 화면으로 전범기가 등장했다.
이를 본 A군은 곧장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항의 이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박물관 측 답장은 다소 성의가 없었다. A군 어머니는 “아들은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매우 실망했고, 전범기가 한국인을 비롯한 많은 아시아인에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박물관에 이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이틀 뒤 박물관에선 짧고 사무적인 답장이 왔다”고 전했다.
스미소니언 박물관은 A씨 아들에게 “실망을 안겨 미안하다. 시간을 내어 우리에게 관련 정보를 알려줘 고맙다. 해당 의견은 스미소니언 박물관 디지털 스튜디오 선임 제작자에게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동영상은 수정되지 않았다. A군 어머니는 “선임 담당자의 진심 어린 답장과 영상 편집 등 대처가 있을까 하고 기대했지만, 아들이 이메일을 보내고 일주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회신이 없다”면서 “아들은 박물관에서 이메일이 오진 않았나, 혹시 동영상이 편집되진 않았나 매일 확인하는데 이렇게 아무런 답변도, 조치도 없는 게 괘씸하고 화가 난다”며 교민 사회에 화력을 보태달라고 호소했다.
A군 어머니는 “아들도 박물관 답장을 확인했다. 동영상에서 전범기가 제거된 것도 봤다”며 “뿌듯하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힘을 보태줘서 가능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서 교수는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제가 댈러스에 출장을 가게 된다면 꼭 식사를 대접하겠다”면서 “전 세계 곳곳에 사는 한인들이 전범기 퇴치를 위해 이렇게 큰 노력을 하는데, 일본 관함식과 관련해 ‘욱일기’와 ‘자위함기’는 다르다는 국방부 발언은 참으로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전 세계 욱일기 퇴치 캠페인은 지구상에서 욱일기가 다 없어지는 그날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감동이다. 어린이 너무 멋지다”, “멋진 엄마에 자랑스러운 아이다”, “울컥한다. 어린이가 어른보다 훨씬 낫다” 등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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