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쩍 뛴 금리에… 대기업도 `현금확보`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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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외환위기 당시 공격적으로 사업을 늘렸던 대우그룹 등은 몰락했고, 충분한 자금 유동성을 확보했던 기업들만 살아남아 지금의 재계 순위로 이어졌다. 그때의 학습효과도 있고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해야 하는 만큼 기업들은 비싼 이자를 감당하더라도 현금 확보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다." 익명을 요청한 10대 그룹의 한 임원은 최근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SK그룹의 지주사인 SK㈜는 10일 3년물 CP(기업어음)와 5년물 CP(기업어음)를 각각 1000억원 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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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외환위기 당시 공격적으로 사업을 늘렸던 대우그룹 등은 몰락했고, 충분한 자금 유동성을 확보했던 기업들만 살아남아 지금의 재계 순위로 이어졌다. 그때의 학습효과도 있고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해야 하는 만큼 기업들은 비싼 이자를 감당하더라도 현금 확보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다." 익명을 요청한 10대 그룹의 한 임원은 최근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SK그룹의 지주사인 SK㈜는 10일 3년물 CP(기업어음)와 5년물 CP(기업어음)를 각각 1000억원 발행한다. 3년·5년물 각 1000억원씩 나눠 발행하며, 발행 금리는 연 5.6~5.7% 선이다. SK그룹이 만기 1년 이상의 장기 CP를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했지만 고작 130억원의 매수 의향만 들어와 흥행에 참패했다. 결국 증권사가 이를 전량 인수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앞서 SK네트웍스는 44일물 1000억원 어치를, 롯데건설은 6개월물 490억원 어치 CP를 각각 발행했다.
최근 CP금리는 연 5%대까지 치솟았다. 연 4%대인 은행 대출 금리보다 높은데도 CP를 선택하는 이유는 자금시장 경색으로 회사채 발행이 여의치 않은데다 절차가 간편하고, 신용등급 평가를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신용경색과 경기침체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가능한 최대한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전략도 깔려 있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해외 사업 투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점도 현금 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 미국 반도체 공장 건설에 투자하겠다고 한 170억달러는 당시 20조원 규모였는데,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1년도 채 안돼 23조원으로 불어났다. SK하이닉스가 지난 2020년 인수를 결정한 중국 내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의 인수 금액(90억달러) 역시 당시 10조원에서 12조원대로 2조원 가량 늘었다. 7조원을 인텔에 준 SK는 나머지 2조원을 2025년까지 납입해야 하는데, 강달러가 지속될 경우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이같은 자금 조달 어려움은 내년에 더욱 심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년에도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한국은행도 현재 3.00%인 기준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이 높아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한은 기준금리가 내년 상반기 연 3.75%까지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재계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 인상이 이어지고 부동산 시장 침체로 자금 경색 현상도 상당기간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지금은 유동성을 최대한 확보해 살아남는 게 중요한 시기"라고 전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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