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헹가래 받고 싶다"…2년만에 이룬 '용진이형' 꿈(종합)
신세계, 유통명가 이어 '야구명가'로 도약 예고
'반신반의' 하던 야구단 인수…2년 만에 최고 성적 내
鄭 "우승 내년에도 또 하고 싶다" 야구 적극 투자 시사
스포츠와 유통 결합해 '신세계 유니버스' 구축할듯
[이데일리 정병묵 이지은 기자] 신세계(004170)그룹이 프로야구단 창단 2년 만에 정규리그에 이어 한국시리즈도 승리하면서 KBO리그 통합 우승을 이뤘다. ‘야구에 진심’을 보였던 구단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다. 신세계그룹은 야구단 우승을 발판으로 ‘유통 명가’에서 ‘야구 명가’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이다.
SSG 랜더스는 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키움 히어로즈와의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6차전에서 4대3으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정규시즌 출발부터 끝까지 1위를 놓치지 않으며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라는 KBO 최초의 대업을 이뤘던 SSG는 한국시리즈까지 제패하며 전신 SK 와이번스 시절 이래 12년 만에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구단주인 정 부회장은 이날도 랜더스필드를 찾아 선수단과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그는 그라운드에서 진행된 세리머니에서 “선수들의 투혼과 열정, 팬들의 성원 등 모든 것이 오늘의 우리를 이뤘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헹가래를 받는 사진을 올리며 “내년에도 이거 받고 싶음. 중독됐음”이라고 적었다. 신세계그룹은 프로야구 통합우승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고객 감사 이벤트를 계획 중이다.
SSG의 우승은 정 부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덕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SK 와이번스를 1352억원에 인수해 팀 간판을 SSG로 바꿨다. 당시에는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많았다. ‘SK도 손을 떼는 마당에 돈 먹는 하마를 왜 인수하느냐’는 시선이 그룹 안팎으로 팽배했다. 국내 프로야구단은 이번 SSG의 한국시리즈 상대였던 ‘서울(키움) 히어로즈’처럼 네이밍 스폰서를 받아 구단비를 충당하는 곳을 제외하고 모두 모회사의 지원을 받는다.
인수 후 정 부회장의 광폭 행보가 시작됐다. 창단 첫해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하던 추신수를 역대 최고 연봉(27억원)에 영입하며 리그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당장 결실로 이어지진 않았다. 작년 시즌 막판까지 가을야구 막차티켓 경쟁을 했으나 리그 6위(66승14무64패)에 그치며 5강 진입에 실패했다.
구단 인수 2년 차부터는 지원은 더욱 확대됐다. 비시즌 전력 구성에 쓴 금액만 총 331억원에 육박했다. 예비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던 박종훈, 한유섬, 문승원 등과는 각각 5년 총액 65억원, 60억원, 55억원에 사인하며 새로운 다년 계약의 길을 열었다. 추신수와는 전년과 같은 27억원에 재계약했다. 특히 ‘에이스’ 김광현의 친정 복귀는 결정적이었다. 당시 MLB 잔류를 고민하던 김광현을 4년 총액 151억원이라는 역대 최고액으로 예우해 마음을 돌렸다.
정 부회장의 야구에 대한 관심도 지속됐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정 부회장의 관심사는 첫째도 야구, 둘째도 야구라고 할 정도로 구단주로서의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정 부회장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의 상당부분도 야구장을 방문하거나 랜더스와 관련한 내용이다.
팀 사기 진작을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인수 직후 선수단의 소속감을 고취하고자 1,2군 전체 신세계그룹 사원증과 명함을 제작한 일, 자체적으로 ‘용진이형 상’을 만들어 수훈선수의 선물한 일 등이 대표적이다. 간판타자인 최정이 통산 400홈런을 기록했을 때는 순금 60돈 메달로 축하하기도 했다.
올해는 클럽하우스를 비롯해 선수단이 주로 이용하는 설비를 대폭 개선하는 데 총 40억 원을 들였다. 원정 시 저연차 선수들이 ‘2인 1실’로 숙소를 사용하는 타 팀과는 달리 SSG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1인 1실’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SSG 선수들뿐만 아니라 코치들도 이런 변화에서 비롯된 경기력 향상 효과를 긍정하고 있다. 모두가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 지원해주신다. 더 바랄 게 없다”고 입을 모을 정도다.
랜더스는 이러한 막대한 투자에도 효율적으로 구단을 운영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랜더스를 운영하는 신세계야구단은 운영 첫 해인 작년 매출액 392억원, 당기순이익 17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코로나19 관중 입장 제한으로 매출액은 예년 수준은 아니었지만 경기 진행비용 등을 줄이면서 2018년 이후 3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랜더스의 우승은 신세계그룹에도 또 다른 전기가 될 전망이다. 홈구장인 랜더스 필드에는 노브랜드버거와 스타벅스가 입점해 있다. 올해 홈 구장 입장객이 100만명에 이르면서 두 매장의 매출도 큰 폭으로 늘었다는 게 그룹 관계자의 전언이다. 무엇보다 랜더스의 성공을 통해 신세계그룹이 기대하는 것은 소위 ‘신세계 유니버스’의 확장이다.
그룹 관계자는 “유통업은 결국 고객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랜더스는 결국 많은 고객들을 신세계 유니버스로 유입시키는 마중물이 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야구단을 통해 현재 고객 충성도를 더욱 높이고 잠재고객이 신세계·이마트·스타벅스·SSG 등 다양한 브랜드와 더욱 친밀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인천 ‘청라 돔 야구장’은 야구단을 중심으로 한 ‘신세계 유니버스’의 확장의 결정판이 될 전망이다. 신세계그룹은 2027년을 목표로 인천 서구 청라신도시 일대에 16만5000㎡(약 5만평) 규모의 ‘스타필드 청라’ 건립을 추진 중이다. 이곳에 지하 3층~지상 6층, 2만석 규모로 랜더스의 홈 청라돔도 짓는다. 각종 상업시설과 쇼핑몰을 입점해 스포츠와 유통사업을 아우르는 수도권 서부 랜드마크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정병묵 (honnez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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