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공화국은 곧 ‘책임’공화국이다

한겨레 2022. 11. 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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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가들은 통상 헌법 제10조를 국가가 국민 안전을 보장하는 조항으로 본다.

국민에 대한 국가의 안전보장은 곧 헌법의 명령인 셈이다.

이번 이태원 참사는 누가 책임져야 할 것인가? 재난안전법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대처가 필요한 일정 규모 이상의 인명이나 재산상 피해가 따르는 참사를 사회재난으로 규정하고, 국가와 지자체는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할 책무가 있다고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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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지난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윤희근 경찰청장(왼쪽부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출석해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위한 묵념을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왜냐면] 박지웅 | 변호사

‘국가는 개인이 갖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헌법 제10조)

법률가들은 통상 헌법 제10조를 국가가 국민 안전을 보장하는 조항으로 본다. 국민에 대한 국가의 안전보장은 곧 헌법의 명령인 셈이다. 이를 현실에서 구현할 사람은 공무원이다. 따라서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헌법 제7조) 하지만, 최근 이태원 참사를 대처하는 정부와 공무원들을 보면, 과연 대한민국이 헌법질서에 근간을 두고 돌아가는 나라인지 심히 의심스럽다.

이번 이태원 참사는 누가 책임져야 할 것인가? 재난안전법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대처가 필요한 일정 규모 이상의 인명이나 재산상 피해가 따르는 참사를 사회재난으로 규정하고, 국가와 지자체는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할 책무가 있다고 규정한다. 또 재난관리책임기관인 시와 구, 행정안전부는 인파대책에 대한 필요한 조직의 구성 및 정비, 재난예측 및 정보제공·이용체계의 수립, 재난방지를 위한 교육·훈련·예방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아울러 재난상황은 수시 보고·통보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특히, 행정안전부는 재난발생 우려가 현저한 상황이라면 상황보고를 통해 응급조치·수습현황에 대처하고, 재난상황 보고에 따른 지휘를 해야 한다. 여기에 경찰관은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라 위험 발생의 방지의무가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언론보도, 기관장들의 발언과 행태에 비춰볼 때 이런 조치는 전혀 이뤄지지도 않았고, 성과도 미흡한 마약사범 단속에 경찰력을 집중했던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의 수십차례 ‘압사 우려’ 신고는 허공에 외친 메아리였던 모양이다. 관계 당국자 누구도 사전 위험징후를 발견하지 못했거나 무시했다. 현장지휘관인 용산경찰서장이나 112종합상황관리관은 사고수습의 지휘현장을 이탈하거나 제대로 보고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난관리책임자인 용산구청장은 사고보고를 지휘계통인 ‘서울시장’ 또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아닌 통일부 장관에게 했다고 한다. 서울시장은 현장지휘는커녕 부랴부랴 외국출장서 귀국하기 바빴다. 경찰청장은 심지어 캠핑을 가느라 대통령실보다 늦게 보고받았고, 대통령실은 사고 뒤 38분가량 지나간 뒤 소방청으로부터 보고받았다고 한다. 이게 정상인 나라인가? 내부 보고·지휘체계가 심각하게 손상됐다고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재난의 사전 징후가 뚜렷하였음에도 대책이라곤 전혀 발견할 수가 없다. 위아래 모두 직무태만을 넘어선 직무유기 그 자체다.

공무원이 해야 할 어떠한 일을 하지 않아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상태가 발생한 경우, 국가는 국민에게 발생한 생명·신체·재산상 손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헌법 제29조, 국가배상법 제2조) 당시 현장 또는 112센터의 경찰관들이 수십차례 신고를 받고도 조처를 하지 않았거나 못한 데에 어떤 과실이 있었는가. 윗선에 보고됐음에도 제대로 된 대응을 왜 못한 것인가 또는 간과한 것인가. 보고체계에 어떠한 문제가 있었고 이를 어떻게 수리할 것인가. 국회는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하고, 정부 책임자들은 국민에게 성실히 답하고 직무상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이 헌법이 국가에 명한 명령이고, 억울한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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