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대전이전 예산 삭감…도대체 그 날 무슨 일 있었나
국방위 민주당 의원 반대 속, 예결소위(민4, 국3, 정1) 대부분 부정적
10월 과천 방사청 행감에서 징후, 행정 흐름상 '예산 심사' 예견 충분
네탓 공방 이어져, 대전시 대응도 아쉬움…향후 원안 확정 공조 절실
최근 방위사업청의 대전 이전 예산이 대거 삭감되면서 지역 사회가 들끓고 있다. 대부분의 지역 언론에선 연일 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있고, 정치권에선 여야의 '네탓 공방'이 한창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실력 행사도 불사하겠다며 국회 항의 방문 등을 계획 중이다.
야권 발(發) '예산 삭감'은 '육사 이전'에 대한 군 수뇌부의 사실상 이전 불가 방침과 합쳐지며 충청 지역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는 모양새다.
이러한 가운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의 예산 삭감 진행 과정에 지역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치권 '네탓 공방'의 근원이자, 향후 여야 공조 등을 위한 단초이기 때문이다. 국방위원회 회의록을 중심으로 예산이 삭감된 과정을 살펴 본다.
△ 불안한 징후 = 사실 방사청 이전 예산 삭감은 갑자기 이뤄진 게 아니라는 지적이다. 징후는 지난 국정감사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달 13일 과천 방위사업청 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현장 국정감사에서 야당은 방사청 이전과 관련 '예산낭비' '예산 편성 졸속' '이중 지출' '직원 부담' 등을 운운하며, 향후 예산 삭감을 예고했다. 당시 민주당 정성호(경기 양주) 의원은 "방사청은 8월 25일 청사 신축으로 예산타당성조사 면제를 신청받고, 정부예산엔 '기타 행정사업' 명목으로 편성했다. 예산 편성 기준과 원칙에 모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앞서 전날인 12일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도 "사전 준비나 사업 타당성을 검토해서 이전해야 할 방사청 문제가 정치적 목적에 의해서 급박하게(결정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 삭감 논의 착수 = 방사청 이전 예산 삭감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것은 10월 31일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였다. 민주당 김병주(비례) 의원의 'KDI의 사업적정성 검토 미완료'가 신호탄이었다. 김 의원은 이어 '부분 이전의 업무 효율성 저하' '혈세낭비' 등을 언급하며 올 예산 편성 반대를 분명히 했다. 민주당 정성호 위원도 '사전 연구 용역 졸속' '사업 적정성 검토 미완료' '총사업비 규모 미특정' '업무 비효율 및 이중 부담' 등을 이유로 감액을 주장했다. 민주당 윤후덕(경기 파주갑) 의원도 "아빠가 먼저 가고, 5년 후에 엄마와 아이들이 이사를 가야되는 꼴"이라며 "실제 업무 효율성에 상당한 혼란을 주게 된다. 5년 후에 같이 가는 게 낫지 않은가"라고 질의했다.
△ (전액)감액 방향 = 민주당 의원들이 주도한 방사청 이전 예산 삭감은 11월 3일 열린 국방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민주당 4명, 국민의힘 3명, 정의당 1명)에서 정점을 찍는다. 이날 논의에 앞서 국방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민주당 송옥주(경기 화성갑)·김병주·정성호·설훈(경기 부천을) 의원과 정의당 배진교(비례) 의원은 총사업비가 나오지 않은 예산을 편성하는 등 무리하게 진행돼 이전 예산 210억원의 전액 감액을, 민주당 윤후덕 의원은 96억7000만원의 감액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 성일종(충남 서산태안) 의원은 국방 관련 업무 역량 집중과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위해 원안유지 의견을 냈다고 알렸다. 예결소위에선 민주당 안규백(서울 동대문갑) 의원과 윤후덕 의원은 예산과 국민세금 등을 이유로 각각 '보류' 입장을 밝혔다. 정의당 배진교 의원도 경제위기 등을 이유로 보류를, 정성호 의원은 비경제적 등을 주장하며 삭감 의견을 냈다. 여당인 국민의힘 한기호(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을) 의원 역시 '방사청 이전 논리 불충분'을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임병헌(대구 중구남구) 의원은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 부분 이전을 찬성한다고 밝혔다.
△ 감액 결정 = 국방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의 마지막 날인 11월 4일 회의는 오전 9시37분에 열려 오전 9시50분에 끝났다. 회의록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기록했다. 이날 방위사업청 대전 이전 예산은 엄동환 방위사업청장이 "전체 예산 210억원 중에 90억원을 감액한 120억원 반영을 건의드립니다"라고 말했고, 신원식(국민의힘·비례) 소위원장은 "위원님들 의견 없으십니까"('동의합니다'라는 위원 있음) "이상입니다"라고 끝을 맺는다.
이후 지역에선 이장우 대전시장의 반발과 여야 정치권의 '네탓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일련의 과정에서 보여지듯 야권의 방사청 이전 예산 삭감 징후를 대전시가 포착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국정감사-예산심사'라는 행정의 흐름을 감안하면 예산 삭감은 충분히 예견 가능했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란 지적이다.
향후 국회 예결위 심의 절차가 남아있는 만큼 당초 원안대로 내년 예산을 확정 지을 수 있도록 대전시-정치권-시민사회의 공조와 결집이 절실하다. 방사청 예산 삭감은 자칫 '2027년 이전 목표' 달성에 차질이 예상되는 것을 넘어 '방산혁신클러스터 조성', 나아가 K-방산의 글로벌 중심을 도모하는 대전·충남의 큰 그림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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