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Recipe] 외로움과 건강…외로움은 그저 기분일 뿐일까
외로움은 다분히 정서 영역의 일이다. 그런데 이런 기분이나 마음의 상태를 넘어, 외로움 자체가 신체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제법 많다.
외로움과 면역력
신체 건강의 최전선을 지키는 면역력과 외로움의 관계에 관한 연구가 여럿 있다. 미국 시카고대학교 연구팀은 50~68세 성인을 대상으로 외로움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했다. 그 결과 외로움을 잘 느끼는 사람일수록 백혈구 내 염증 유발 유전자가 많이 발현하고, 반대로 바이러스 대항 유전자는 적게 발현하는 것을 발견했다. 백혈구는 세균이나 유해 바이러스와 싸워 우리 몸을 지키는 세포로, 백혈구의 균형이 무너졌다는 것은 면역 체계에 비상이 걸렸다는 것과 같다. 영국 서리대학교 연구팀 역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사람보다 ‘C-반응성 단백질’ 수치가 높다고 보고했다. C-반응성 단백질은 신체 조직에 염증이 생겼을 때 체액과 혈액에서 만들어지는 이상 단백질로, 급성 감염으로 인한 심장 발작과 패혈증을 불러올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이 밖에 평소 외로움을 자주 느끼거나 타인과의 교류 횟수가 적은 사람은 독감 백신을 맞았을 때 면역 반응이 약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외로움과 인지 장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의대 연구팀은 외로움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50세 이상 남녀 1만2030명을 10년간 추적 검사했다. 그 결과 외로움이 치매 위험을 40% 증가시켰다는 결론을 확인했다.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치매 위험 요소로 꼽히는 우울증과 무기력, 당뇨병, 고혈압 등에 더 쉽게 노출되었고, 신체 활동이 적고 흡연률이 높은 특징을 보였다. 또 사회적 상호 작용이 부족해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독거 노인의 경우 가족이나 배우자가 있는 노인에 비해 치매 발병률이 세 배 더 높다는 연구도 있는데, 이는 비단 노인만의 문제도 아니다. 중년에 외로운 느낌이 지속되면 노년에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 보스턴대학 의대 연구팀이 45~64세 성인을 20년간 관찰한 결과, 인지 기능이 정상이던 참가자 중 8%에 해당하는 218명이 20년 뒤 치매 진단을 받았다.
외로움 덜어내기 위한 노력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라는 용어는 이타적인 행동이 자존감을 높이고 긍정적인 사고를 돕는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헬퍼스 하이가 외로움을 더는 현명한 선택이라고 강조하다. 친절한 행위를 할 때 느끼는 정서적 포만감은 심장을 튼튼하게 만들기도 한다. 또 외롭다고 느낄 때 당장의 목욕도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뜨듯한 온기를 느끼면서 친밀한 관계 속 정서적 따뜻함을 채울 수 있어서다. 실제로 연구에 참가한 400명이 공통적으로 목욕 후 외로운 마음이 해소되었고, 목욕 시간이 길수록 고립감과 쓸쓸함에서 오는 고통이 줄었다고 답했다.
글 송이령(프리랜서) 사진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53호 (22.11.0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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