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혼란 안겨드려 사과"…이재명-EU대사 면담 `왜곡 브리핑`

전날 "페르난데스 대사가 윤석열 정부 대북정책 한계 언급" 브리핑 틀렸다고 시인…"말씀한 내용과 다르게 인용"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EU 대사가 8일 국회 대표실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방문, 인사말을 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9일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EU 대사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비공개 면담에서 과거 정부와 현 정부의 대응을 비교하는 대화를 했다는 자신의 브리핑과 관련해 "그런 대화는 없었다"며 "혼란을 안겨드린 것에 대해 EU대사님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전날 페르난데즈 대사가 이례적으로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내 말이 언론에서 잘못 인용되고 왜곡돼 유감"이라고 입장표명까지 하자 뒤늦게 사과한 것이다.

김 대변인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전날 국회에서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EU대사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비공개 면담이 있었다"며 "이 자리에서 주한 EU대사와 이재명 대표는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안보를 위한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원론적인 이야기를 했을 뿐 과거 정부와 현 정부의 대응을 비교하는 대화는 없었다고 정정한 셈이다.

앞서 김 대변인은 전날 이 대표와 페르난데스 대사가 만난 후 취재진과 만나 페르난데스 대사가 윤석열 정부 대북정책의 한계를 언급했다고 전했다. 그는 "EU 대사가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데 현재 윤석열 정부에서는 대화 채널이 없어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며 "EU대사가 2005년부터 쭉 한국에서 일하고 지켜봐 왔는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때는 긴장이 고조되어도 대화 채널이 있었기에 교류를 통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설명했다. 김 대변인의 구체적인 언급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EU대사관 측이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같은 사실이 퍼지자 페르난데스 대사 측은 "자신의 말이 왜곡됐다"고 외교부에 해명했다. 페르난데스 대사 측은 이 대표와 만나 나눈 발언에 대해 '북한이 위험한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으며 한반도 정세를 불안하게 하는 이같은 행동을 멈추고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 주재 대사관이 한국 정치인과 대화를 나눈 대화 내용 자체를 부인해 외교부에 해명한 사례는 상당히 이례적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김 대변인은 지난 2018년 1월부터 2019년 3월까지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는 등 남북교류가 활발해 김 대변인은 브리핑 등을 통해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언론에 전하는 역할도 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