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금융권 물갈이 신호탄… 임기만료 앞둔 수장들 초긴장

강길홍 2022. 11. 9. 18: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금융위, 손태승 회장 중징계
BNK 사퇴 이어 우리금융도 흔들
자천타천…벌써 후보군까지 거론
농협 손병환 회장 올해말 임기 끝
금융노조는 '낙하산 인사' 반대

김지완 BNK금융 회장이 '자녀 특혜 의혹'으로 사퇴한데 이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되는 중징계를 받으면서 연임 도전에 암초를 만나게 됐다.

임기 만료를 앞둔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에 대한 물갈이가 윤석열 정부 들어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는 9일 정례회의에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 상당 등의 조치를 의결했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문책경고는 중징계로 분류돼 금융사 취업이 3~5년 제한된다.

◇손태승 회장 연임 가도 '빨간불'= 손 회장은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연임 의지를 보여 왔지만 이번 징계로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소송을 제기하며 연임에 도전할 수 있겠지만 쉽지 않은 과정이다. 무엇보다 이번 징계 결정이 우리금융 CEO를 교체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읽히는 탓이다.손 회장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관련한 징계에 대해서도 소송을 진행 중이다. 우리금융은 뚜렷한 지배주주가 없다. 사실상 주인이 없는 금융사로, CEO 선임에 정부나 금융당국 입김이 절대적이다.

벌써부터 적지 않은 인사들이 자천타천으로 우리금융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우리금융 내부 출신인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을 비롯해 남기명 전 우리은행 부행장과 황록 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등이다. 이들 모두 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 금융인 지지 선언에 이름을 올렸다. 외부 출신으로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BNK금융 차기 회장 선출 과정 돌입= 손태승 회장을 시작으로 금융권 CEO 교체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김지완 BNK금융 회장이 지난 7일 사임을 공식화했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 회장은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자녀와 관련해 그룹 차원의 부당 내부거래 의혹과 채권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되면서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김 회장의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BNK금융은 곧바로 차기 회장 선출 과정에 돌입했다. 특히 BNK금융지주 이사회는 최근 회장 후보를 계열사 대표로 제한하는 규정을 수정해 외부 전문기관의 추천을 받은 외부 인사도 포함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내부 출신인 안감찬 부산은행장과 이두호 BNK캐피탈 대표 등 계열사 대표를 비롯해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 박영빈 건설공제조합 이사장, 손교덕 전 경남은행장,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 등의 외부 인사도 차기 회장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다.

◇농협금융·기업은행도 임기만료 앞둬= 줄줄이 임기가 만료되는 다른 금융지주사에도 인사 태풍이 몰아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당장 농협금융지주는 손병환 회장의 임기가 올해 말 끝나는 가운데 40일 전인 오는 20일부터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한다. 손 회장이 내부 출신으로 처음으로 연임에 도전하는 가운데 새 정부 출범에 공을 세운 경제관료 출신 인사들이 농협금융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금융지주는 신동규·임종룡·김용환· 김광수 등 역대로 관료 출신들이 회장직을 맡아왔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내년 1월 2일자로 임기를 마친다. 윤 행장은 한덕수 국무총리의 추천으로 국무조정실장(장관급)에 사실상 내정됐다가 여당 등의 반발로 낙마한 바 있다. 이후 연임 없이 남은 임기를 마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역대 기업은행장의 연임 사례는 두 차례에 불과하기도 하다.

차기 행장 후보로는 관료 출신은 물론 내부 출신까지 다양한 인사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관료 출신인 윤 행장 이전에는 조준희·권선주·김도진 등 3대 연속으로 내부 출신이 행장에 올랐다. 기업은행은 기획재정부가 63.7%의 지분을 가진 국책은행으로, 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의 임명 제청과 대통령의 임명을 통해 선임되는 만큼 정부의 의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금융노조 낙하산 저지 투쟁 예고=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도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조 회장은 지난 2017년 신한금융그룹 회장으로 선임됐고, 2020년 연임에 성공해 2기 체제를 보내고 있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지난 6월 '사법 리스크'도 털어내면서 연임 가능성을 높이고 있지만 최근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수협은행은 김진균 은행장의 임기 만료에 따라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를 꾸리고 차기 행장 공모 절차를 진행 중이지만 쉽사리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 행추위 위원 5명 가운데 3자리를 차지한 정부 측 인사가 외부 인사를 뽑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협은행 행추위는 오는 15일 최종 후보를 결정할 계획이다.

금융권 곳곳에서 낙하산 신호가 감지되면서 금융노조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정부가 권력자의 측근이나 현장경험 하나 없는 모피아 출신을 금융권 낙하산으로 보내려 한다면 10만 금융노동자는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가열찬 낙하산 저지 투쟁들을 벌여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강길홍기자 slize@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