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nt&Earth]?담쟁이덩굴, 가을의 반가운 손님
가을길을 걷노라면 노랗게 물든 은행, 붉은 색으로 변한 가로수, 그리고 아파트 옹벽을 덮고 있는 담쟁이덩굴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거기에 반짝이는 햇살이 거들어 주면 고즈넉한 가을 정취가 절정에 다다르곤 한다. 담쟁이덩굴은 개인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분명한 식물이다.
담쟁이덩굴은 이름 그대로 담벼락에서 자라는 덩굴 나무를 뜻한다. 단 한 뿌리만 심어도 습기 유지만 지속되면 알아서 쑥쑥 자라는, 이보다 더 쉬운 생육 식물도 드물 정도이다. 지금도 시골 전통 마을에 가면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담벼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국식물생태보감에 따르면 담쟁이덩굴은 이름 그대로 덩굴성 식물이지만, 다른 나무나 시설물 등을 휘감으며 자라는 게 아닌 마치 암벽등반하듯 벽을 타고 올라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보통 덩굴나무들이 ‘손 끝’에 갈고리가 같은 게 달려있어서 주변 나무들의 줄기와 표면에 갈고리를 박아 휘감아가며 올라는 것에 비해, 담쟁이덩굴은 개구리 발가락 표면처럼 귀엽게 생긴 흡반(빨판)을 벽면에 한 땀 한 땀 붙이며 올라간다.
일반 덩굴나무들 가운데에는 이웃한 나무를 죽여가면서 성장하는 경우도 있는 것에 비해 담쟁이덩굴은 이웃 나무나 건축물과 평화를 유지하며 자신도 성장하기 때문에 담쟁이덩굴을 공격적 식물로 규정하는 것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단, 담쟁이덩굴이 한 곳에서 오래오래 살 경우 줄기 마디에 공기 뿌리(기근)를 만들어 호흡하기 때문에, 콘크리트나 벽돌 건물에는 큰 지장은 없지만, 황토나 나무로 마감한 집의 경우 기근의 영향으로 건축물이 풍화 작용으로 인해 낡아가는 속도가 빨라지기도 한다.
담쟁이덩굴은 회색 일색의 도시에 녹색 지대를 형성해 주고 복사열에 의한 건축물 손상을 막아주는 역할을 해줘 기능적으로는 유익한 일도 많이 한다. 담쟁이덩굴는 단성생식을 통해 번식하고, 때가 되면 꽃도 피운다. 봄이 오면 꽃대 끝에 한 송이 꽃이 피어나고, 그 이후 새로 올라오는 가지에 꽃이 또 피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렇게 핀 꽃들이 여름을 지나 가을에 이르면 자주색 열매를 맺는다. 이 자주색 열매가 군집을 이루면서 담쟁이덩굴은 마치 가을에 물든 단풍잎처럼 예쁜 색깔을 선사한다. 뿐만 아니라 이 열매들은 사람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새, 다람쥐 등 도시의 야생동물들에게는 훌륭한 겨울 먹이가 되어주기도 한다. 인간의 감성과 야생동물의 생태계에 고마운 일을 해 주는 담쟁이덩굴은 개인이든 공공에서 계획적으로 심고 가꿔 도시에 생명을 더해주는 유익 식물로 성장시킬 가치가 충분히 있다. 집이나 회사 근처에 멋들어지게 나풀거리는 담쟁이덩굴 군락지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두는 것도 좋은 일이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자연에 대한 첫 번째 인사는 애정 어린 관심 아니겠는가.
글 아트만 사진 위키미디어 참고 『한국식물생태보감』(김종원 저 / 자연과생태 펴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53호 (22.11.0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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