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내부로부터 왔다[윤석열 정부 6개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 6개월 동안 국정 리더십은 자주 위기를 맞았다. 윤 대통령과 국무위원, 여당 지도부 등 국정운영 핵심 세력들이 설익거나, 거칠거나, 부적절한 언행으로 논란을 불렀다. 논란은 국정운영 리더십 훼손과 국정 동력 약화로 이어졌다. 내부에서 불거진 위기를 수습하는 데 국정운영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윤 대통령 스스로 지난 6개월간 각종 논란의 당사자가 됐다. 지난 7월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고 표현한 텔레그램 메시지가 노출되며 ‘윤심’ 논란이 일었다. 당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함께 주된 변화로 꼽힌 ‘출근길 문답’이 장기간 열리지 않아 ‘회피’ 지적이 일었다. 국민의힘의 갈등상은 심화했고, 여파가 8월17일 취임 100일 전후까지 이어졌다.
지난 9월 유엔 총회 참석차 방문한 미국 뉴욕에서의 비속어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대통령의 비속어 사용 여부, 비속어의 지칭 대상 등을 두고 ‘전국민 듣기평가’라는 조어가 나올 정도로 파장이 거셌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8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도 수 차례 관련 질의를 받아야 했다. 윤 대통령은 논란을 두고 사과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발 설화가 불거질 때마다 정국은 출렁였다. 경제·안보 등의 다중 위기 상황에서 국정 최고지도자 스스로 국정 위기를 심화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사 난맥상 등과 맞물려 윤 대통령 지지율이 20~30%대로 고착화한 데도 이 같은 논란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많다.
내각 핵심 인사들 역시 ‘소통 참사’가 끊이지 않았다. 박순애 전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만 5세 학령 인하 추진 방침을 밝혔다가 임명 35일 만에 직을 내려놨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엔 한덕수 국무총리의 외신 기자회견 ‘농담’ 논란, 안전 주무부처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찰 배치했어도 해결될 문제 아니다” 등의 책임회피성 발언 등이 공분을 불렀다. 이 장관은 지난 7월 경찰국 신설 논란 때 경찰들의 집단 반발 움직임을 ‘쿠데타’로 표현했다가 사과하기도 했다.
여당의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이준석 전 대표 징계 사태로 이미 분열상이 극대화한 상황에서 주요 국면마다 여당발 설화가 국정운영 신뢰를 저해했다. 지난 8월 집중호우 피해 땐 복구 현장에서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말해 당에서 중징계를 받았다. 북 미사일 도발로 안보 위기가 고조된 지난달엔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는 글을 올렸다가 ‘친일 사관’ 논쟁으로 이어지며 안보이슈가 정쟁화했다.
이태원 참사를 둘러싼 여권 설화는 이어지고 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주요하게 다뤄진 지난 8일 운영위 국감장에서 대통령실 수석들의 부적절한 언행이 문제가 됐다. 김은혜 홍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당시 야당 의원 질의중 ‘웃기고 있네’라고 적힌 필담을 주고 받은 게 노출돼 퇴장 당했다. 김 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부적절한 처신을 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반성한다”면서 “다만 이 필담은 운영위나 이태원 참사와 전혀 관계가 없음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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