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人] 美 중간선거 촉각 우크라 국민들, 지원 줄어들까 초조
우크라이나가 미국 중간선거 이후 지원이 줄어들까봐 초조해하고 있습니다. 미 공화당이 우크라이나 지원 삭감론을 거듭 거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원이 줄어들면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국민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부총리 출신이자 현 야당 의원인 이반나 클림푸시친차제 의원은 8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우리가 미국 내 정치논쟁의 피해자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리는 미국 자체의 지원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지원 노력을 유지하는 미국의 리더십에도 의존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영향력 후퇴를 우려했습니다. 싱크탱크 대서양횡단대화센터의 율리아 오스몰로우스카 대표도 "우크라이나는 미국 의회가 중간선거 후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를 어떻게 조정할지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역시 같은 입장입니다. 그는 이날 영상 연설에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와의 단결을 통해 러시아를 막아냈다"면서 "미국 정치인들은 변하지 않는 단결을 유지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는 "민주주의가 승리하는 날을 향해 가는 길을 멈춰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의지를 입증이나 하듯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수도 키이우의 대통령궁 집무실을 예방한 미국 배우 숀 펜을 만나 그의 손을 굳게 잡았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우크라이나 영토 보전에 힘을 보탠 공로로 숀 펜에게 3급 공로 훈장을 수여했습니다. 숀 펜은 답례로 자신이 받은 오스카 트로피를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선물했습니다. 그는 트로피를 건네며 "전쟁을 이기면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근처의 호화 주택가) 말리부로 돌려달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미 공화당에선 최근 우크라이나 지원을 끊겠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재정적 부담이 너무 크게 때문입니다. 공화당은 우크라이나 지원보다 경제 회복이 더 우선이라는 입장입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지난달 "공화당이 하원을 차지하면 우크라이나에는 더 백지수표는 없을 것"이라고 천명했고, 극우 성향의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도 "공화당 체제하에서는 우크라이나로 한 푼도 보내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외교적 시각에서도 선거 결과가 우크라이나에 큰 영향을 미칠 거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주도하고 있는데, 미 의회에서 공화당의 입김이 강해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추적하는 있는 키엘 세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은 전쟁 이후 군사·재정·인도적 지원으로 520억 유로(약 72조원)를 우크라이나에 쏟아부었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유럽 전체 국가·기관들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액수를 합친 금액(약 40조원)의 거의 두배에 육박하는 수준입니다.
크리토프 트레베시 키엘 세계경제연구소장은 "이 수치는 유럽의 빈약성을 보여주는 한 가지 지표일 뿐이다. 각국의 지원 약속이 실제 이뤄지기까지 지연되는 상황도 매우 많다"고 꼬집었습니다. 만약에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에서 조금씩 발을 빼는 경우 연쇄적으로 유럽의 다른 국가들도 소극적인 자세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폴리티코는 짚었습니다.
미국 유권자들이 장기화된 전쟁에 피로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망설이는 경우, 유럽 지도자들도 우크라이나 문제를 뒷순위로 미룰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한 우크라이나 시민은 폴리티코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최대한 빨리 물리쳐야 서방 파트너국에도 이득이 된다"면서 "전쟁이 지연되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지원 유지를 촉구했습니다.
반면 러시아는 잔뜩 기대하고 있습니다. 알렉세이 푸쉬코프 러시아 상원의원은 "공화당 인사들은 바이든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예산 낭비라고 비판 수위를 높여 갈 것이다"면서 중간선거 결과가 장기적 관점에서 러시아에 긍정적일 것으로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계속될 것이라는 희망적 시각도 존재합니다. 오스몰로우스카 대서양횡단대화센터 대표는 "우크라이나는 침공 첫날부터 미국의 초당적 지원을 받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도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와 관련해 독립적으로 행동할 여지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도 "중간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미 양원이 모두 우크라이나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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