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신간 소개, 도서『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 그리고 다시 박테리아로』
이 책은 그간 연구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항해의 시작은 이 질문부터다. 어떻게 박테리아뿐이던 세상에서 바흐 같은 위대한 인간 정신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답은 마음이 진화해 ‘생각 도구’를 만들었다는 것. 생각 도구는 바로 음성언어다. 말하기가 탄생하면서 읽기, 쓰기, 셈하기가 가능해졌다. 지도 만들기와 도제 제도가 가능해졌으며 망원경, 사진기, 컴퓨터가 만들어졌다. 생각 도구를 사용하게 되면서 인간의 뇌에는 밈(meme)이 잘 침투할 수 있게 됐다. 인류 문화의 여명기에 우리 조상은 유익한 밈의 숙주였다. 인간만이 의식을 지닌 건 아니다. 다만 인지 능력은 생물종을 거쳐 점진적으로 진화해왔고, 인간은 마지막 단계의 능력을 지닌 유일한 생물이 됐다. 인간은 ‘이해하기의 챔피언’이다. 언어의 힘에서 비롯된 능력이다.
이 책의 여정은 근대 철학의 거장 데카르트의 상처를 기우는 한 땀 한 땀의 바느질과 같다. 작가 데닛은 무지개, 사랑, 노을이 실재하듯 의식과 자아와 자유의지도 실재한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과 문화 역시 자연선택의 과정을 따라 진화했다. 자연선택에는 어떤 이유도 없으며, 단지 설계와 개선이라는 과업만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자연선택은 인간의 마음을 진화시켰다. 그리고 인간의 마음은 ‘햄릿’을, 사그라다파밀리아 성당을, 컴퓨터를 지성적으로 ‘설계’했다. 그의 학문은 밈학(memetics)으로 집약된다. 유전자 진화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유전자의 눈으로 보아야 하듯, 문화적 진화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밈의 눈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마음의 바이러스’인 밈의 관점으로 본다는 것에 관해 수백여 쪽에 걸쳐 치밀한 논증을 이어간다. 항해에서 돌아온 배는 복제되지만 돌아오지 못한 배는 복제되지 않는다.
‘밈’은 유행과 패션 등을 만들며 진화하며 전파되고 확산되며 일부는 살아남아 주류가 됐다. 신의 설계가 아니라 자연선택을 통해 인류는 지금의 문화를 누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류의 유전자는 5만 년간 거의 달라지지 않았지만 문명이 극적으로 변한 것은 우리의 언어가 눈덩이처럼 축적됐고, 문화적 혁신이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그는 해석한다. 결론 또한 흥미롭다. 지성적 설계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인간 두뇌의 소산물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소산물이 탄생했다. 인공지능(AI)이다. AI는 “진화는 당신보다 똑똑하다”는 오겔의 제2규칙이 참임을 보여주는 증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닛은 앞으로 반세기 안에는 초인적 AI가 탄생하지 못하리라 단언한다.
모든 여정을 마친 뒤 데닛은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만든 인공지능의 지배를 받게 될까 봐 두려워하는 걱정을 불식시켜준다. 우리의 미래가 우리 과거 궤적의 연장선에 있다면 인간의 AI의 도움을 받더라도 AI는 지금처럼 인간에게 계속 의존하리라는 게 그의 결론이다.
유럽 근대 사상사와 문화사 분야의 권위자인 피터 게이가 1968년에 펴낸 책으로 2001년 출간된 노턴판을 새롭게 번역했다. 근대 건축의 요람이 된 바우하우스, 고딕 영화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 독일 표현주의 미술 등 양차 대전 사이에 전 세계에서 전례를 볼 수 없을 만큼 독특하게 핀 문화가 있었다. 바이마르 문화는 아주 짧은 시기에 태동하고 분출하였음에도, 바이마르 당대의 문화인들이 이룬 현대적 감성은 깊고 광범위하게 퍼져나가 20세기 서구의 문화를 이끌며 지배했다. 피터 게이는 바이마르의 양면, 즉 문학, 연극, 음악, 회화, 과학, 건축 등 문화 전반에서 펼쳐진 실험정신과 도덕적 타락, 혼탁한 정치 상황, 그리고 ‘불안, 공포, 파멸에 대한 예감’ 등으로 점철된 시대상을 교차하여 바이마르를 재현했다. 저자는 “바이마르의 이상은 낡았지만 새로웠다. 놀랍게도 냉소주의와 자신감이 결합되어 있고, 또한 불경함을 경건하게 말하듯 1920년대에 새로운 것과 함께 근원을 추구했던 사실은 전쟁과 혁명과 민주주의의 소산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글 김슬기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53호 (22.11.0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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