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리포트] 민영화 이후 지배구조 취약… 행동주의 펀드 먹잇감 되나
수용 미지수… 주가엔 일단 호재
저평가 속 상승세 이어갈지 주목
담배업체인 KT&G 주가가 최근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4일 8만7800원이었던 주가는 보름 간 7% 이상 상승해 9만4300원(9일 종가)까지 올랐다. 3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소식이 알려진 이달 4일에는 장중 고점 9만6700원까지 오르며 52주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런 강세의 또다른 배경으론 행동주의 펀드가 자리하고 있다.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가 KT&G를 공격한 데 이어 안다자산운용은 KT&G 의 자회사인 한국인삼공사(KGC)의 분리상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KT&G로선 장기성장 전략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6년 전보다 낮은 주가?…"지배구조 취약"= KT&G는 연초 7만9000원에서 큰 변동 없이 등락을 지속하다가 지난달 말부터 9만원대를 회복했다. 자사주 매입 소식과 함께 기대치에 부합한 3분기 실적이 투자심리를 개선시켰다.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621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8.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056억원으로 2.7% 줄었다.
면세 판매 및 홍삼 수요의 더딘 회복 기조에도 고환율에 따른 담배 수출 및 해외법인 성장, 국내외 NGP(차세대 제품·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지배력, 부동산 연결법인 실적 호전이 반영되면서 시장 컨센서스에 부합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도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지난 한 달간 외국인은 KT&G를 2000억원 가량 순매수했다.
KT&G는 주당 배당금을 전년동기 대비 200원 이상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최종 배당금은 2023년 초 이사회 결의를 거쳐 정기주총에서 확정된다. 2021년 회계연도 기준 주주환원 규모는 총 9242억원으로, 배당 성향은 59% 수준이었다.
주가는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꾸준한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15년간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현 주가는 2000년 이후 최고점인 2016년 7월 1일 13만7000원보다도 30% 낮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22% 상승했다.
KT&G는 1883년 국영담배회사로 출발해 2002년 민영화된 이후로 뚜렷한 지배주주가 없는 회사다. 지난 2분기 주주명부 기준 주요주주는 국민연금공단(7.55%), 퍼스트 이글(First Eagle Investment Management. 7.12%), 중소기업은행(6.93%), 우리사주조합이(2.94%) 등이다. 전체의 65%에 달하는 지분은 소액주주 23만여명이 나눠 가지고 있다. 그만큼 지배구조가 취약하다는 의미도 된다.
◇'테마'로 자리잡는 행동주의펀드= 지난 2일 안다자산운용은 KGC인삼공사의 인적분할 상장 방안을 제안하는 공개주주 서한을 발표했다.
안다자산운용은 "KT&G의 주가 수준은 2007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2007년보다 약 30% 가까이 하락한 상황"이라며 "현금성 자산을 고려하면 현재 KT&G 시가총액에는 KGC의 지분가치가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앞서 FCP도 지난달 26일 KT&G에 △궐련형 전자담배 (HNB, Heat Not Burn) '릴'의 글로벌 전략 수립 요청 △한국인삼공사 분리상장 △비핵심사업 정리 △잉여현금 주주환원 △사외이사선임 등 주주 제안을 공개한 바 있다.
FCP는 이상현 전 칼라일 한국지사 대표가 2020년 만든 사모펀드로 알려져 있다.
이 대표는 같은날 주주서한을 통해 "KT&G의 현 주가는 동종 업계와 비교했을 때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비정상적으로 낮은 주가는 바로 '주인 없는 회사'로 불리는 KT&G의 독특한 거버넌스 때문"이라며 "주가 정상화를 위해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T&G가 행동주의 펀드의 타겟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6년 '기업 사냥꾼'으로 알려진 미국의 칼 아이칸이 일부 지분을 매입, 경영 참여를 요구하다가 1면 2개월만에 약 700만주 전량을 매각해 모두 1500억원 가량의 차익을 챙겨 나갔다.
KT&G가 FCP나 안다자산운용의 요구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이들 두 회사의 KT&G 지분은 1%를 조금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동주의 펀드의 개입이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하나의 '테마'처럼 자리잡는 분위기다. BYC는 지난해 말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바꾸면서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트러스톤 자산운용은 지난달 말에도 BYC 측에 회계장부 열람을 요청하는 등 활발한 주주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우 행동주의 펀드인 KCGI가 지분을 매입하고 있다는 풍문만으로도 단기간에 주가가 30% 이상 뛰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지난달 미국 행동주의 펀드인 스타보드밸류가 클라우딩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일스포스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가가 장중 5% 상승했다. 디즈니가 글로벌 헤지펀드인 서드포인트의 요구대로 디지털 전문가를 이사회 멤버로 선임한 이후 주가가 상승한 사례도 있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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