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중대재해처벌법 실효성 논란 큰데...검찰도 법안 문구만 나열
위법행위 기준·설명 불명확해
혐의사실 입증에 난맥상 발생
“후진국형 산업재해 예방하고
실효성 높이려면 구체화해야”
9일 매일경제가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대구 건설현장 하청근로자’ 사망 관련 사건 공소장에 따르면 대구지검 서부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서영배)는 지난달 19일 원청 LDS산업개발 대표이사 A씨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 혐의로 중대재해처벌법상 산업재해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또 같은 회사 소속 이사 B씨를 업무상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위반(산안법) 혐의로 불구소 기소했다.
LSD산업개발은 지난 3월 추락사고가 발생한 대구시 달성군의 한 공장 신축현장의 시행사다. 당시 50대 하청업체 노동자가 11m 높이 고소작업대에서 안전대를 걸지 않은 채 이동하다가 추락해 숨졌다. 공사 금액은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 기준인 50억원보다 많은 78억원이었다. 하청업체가 도급받은 공사 금액은 3억1900만원으로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 이에 검찰은 하청업체에 대해서는 현장소장 C씨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공소장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모호함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A씨의 혐의를 두고 중대재해법 시행령 제4조 1·3·5·9호 내용을 단순히 열거한 다음 A씨가 “위와 같은 재해예방에 필요한 안전보건 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적시하는 정도로 그쳐서다. 반면 같은 LDS산업개발 소속 B씨에 대해서는 고소작업대 사용에 관한 사전조사와 작업계획서 미작성, 안전 장비 미설치 등 구체적으로 공소사실을 기재했다.
중대재해처벌법 대응팀을 운영하는 한 로펌 관계자는 “재판 과정에서의 증거 활용 등 검찰의 재판 진행 역량을 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A씨에 대한) 혐의가 불분명하게 적혀 있어 인과관계에 따른 책임 추궁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는 법에 관리자가 취해야 할 항목 등이 포괄적이고 애매모호하게 정리된 데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장에서 안전을 책임져야 할 기업 관계자들도 법의 불명확한 기준을 두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업종별·현장별로 무엇을 갖추고 어떤 행위를 예방해야할지 등을 명확하게 기재했다면 법의 실효성을 높였을 텐데 현재는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올해 3분기까지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현황을 분석한 결과 산업재해 사망자가 전년 동기보다 법 시행 후인 올해 더 많다는 점에서 이 같은 논리는 더 힘을 얻고 있다. 사망사고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483건)에 비해 9건(1.8%) 감소한 483건으로 집계됐지만 사망자수는 지난해(502명)보다 8명(1.6%) 증가한 510명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기업단체 관계자는 “올해 사망자 현황을 보면 건설업(253명), 제조업(143명)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재해유형별로는 떨어짐(204명), 끼임(78명), 부딪힘(50명) 순”이라며 “사건별로 보면 안전기준 미준수에 따른 후진국형 산업재해일 가능성이 높다. 기업의 책임 뿐 아니라 노동자도 안전수칙을 지킬 수 있도록 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산업재해는 일반적인 형사사건과 작동하는 메커니즘이 달라 공소사실을 세부적으로 쓰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중대재해 사건은 특별사법경찰관인 노동부 근로감독관이 수사 후 송치하면 검찰이 기소하는 구조다. 강검윤 고용노동부 중대산업재해감독과장은 “산업재해는 한 가지 명확한 원인이 아닌 부실한 환경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재판 상황을 지켜보고 장기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의 목적이 처벌이 아닌 예방이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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