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금융 '괜찮은 일자리' 급감···"경기침체로 내년 고용한파 더 거세질 것"
10월 취업자 전년比 67만명 증가
이중 46만명이 60대 이상 고령층
"취업자 증가폭 올 79만→내년 8만"
고용감소 청년서 전연령층 전이땐
그나마 경제 지탱한 소비마저 타격
서울의 한 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최재영(29) 씨는 학점 4.3점, 토익 980점 등 남부러울 것 없는 스펙을 갖췄지만 벌써 3년째 대기업 공개 채용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네이버와 같은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고용을 축소하는 등 채용 공고마저 줄면서 ‘취업 낭인’이 될 수 있다는 압박감이 커졌다. 그는 “지난해까지는 못해도 80곳에 지원서를 냈는데 올해는 50곳도 채 못 쓴 것 같다”며 “올해마저 이대로 넘기면 안 될 것 같아 요새는 계약직도 함께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취업자 수가 크게 늘며 고용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지만 막상 상당수의 취업준비생들은 전혀 온기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지표로만 보면 매달 취업자가 60만 명 이상 늘어나는 대박 행진이 이어지고 있으나 이 중 상당수가 고령자와 플랫폼 노동자 등 신산업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이른바 ‘괜찮은 일자리’ 증가세는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고용 증가세마저 내년부터는 꺾이면서 고용 충격이 예고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예상보다 취업자 수가 더 많이 늘어난 일종의 ‘역(逆)기저 효과’가 저조한 일자리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9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67만 7000명 늘었지만 15~29세 취업자는 2만 1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60대 이상 취업자가 46만 명 확대된 것과 대조적이다. 크게 늘어난 노인 일자리가 전체 고용 상황을 가리는 일종의 착시 효과를 부른 셈이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청년층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적게 늘어난 것은 고령화에 따라 청년층 인구가 줄어든 점이 크게 작용했다”면서도 “다만 청년 일자리를 뜯어보면 계약직 비중이 높고 정부 재정에 기댄 보건사회복지업이 상당 비중을 차지해 청년층의 고용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30대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일을 하지 않은 사람이 늘고 있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30대 ‘쉬었음’ 인구는 7월 24만 3000명으로 저점을 찍은 뒤 지난달 25만 2000명을 기록하는 등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민간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고용 여건이 좋지 않을 때 구직자가 실업 상태로 넘어가기 전 일시적으로 쉬는 경우가 있다”면서 “당장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쉬었다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고용 시장에 좋지 않은 신호”라고 말했다.
문제는 현재 젊은 세대에 국한된 고용 한파가 전 세대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고용 시장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전체 취업자 수 증가 추이를 보면 취업자 증가 폭은 5월 전년 대비 93만 5000명을 기록한 후 5개월째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6~8월 80만 명대를 간신히 유지하더니 9월 70만 명대로 떨어졌고 10월 60만 명 선까지 내려앉았다.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모형총괄은 “코로나19 때 고용 호조세를 이끌었던 운수 분야는 벌써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고 전체 취업자 수 증가 폭 역시 매달 줄고 있다”면서 “올해 4분기에는 1∼3분기보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KDI는 이에 따라 내년 취업자 증가 폭이 올해(79만 1000명)의 10분의 1 수준인 8만 4000명으로 급락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내놓았다.
정부도 내년 일자리 쇼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황인웅 기획재정부 일자리경제정책 과장은 “기저 영향이 마이너스 요인으로 확대 작용하는 가운데 고물가, 금리 인상, 수출 위축 등 하방 요인이 상존한다”며 “내년은 경기 불확실성 확대와 기저 효과 등으로 증가 폭이 더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경기 둔화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경기 변동에 취약한 시간제근로자(주당 36시간 미만 근무)가 늘어나는 점도 우려스럽다. 주 36시간 미만 취업자 수는 10월 1429만 9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345만 9000명(31.9%) 늘었다. 10월 기준 1982년 7월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규모다. 반면 통상 전일제근로자로 간주하는 주 36시간 이상 취업자 수는 1373만 2000명으로 1년 전보다 279만 4000명 감소했다. 김경희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조사 주간에 대체공휴일이 포함된 영향과 함께 지난해보다 대외 활동이 늘면서 쉬는 사람도 많아진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고용 감소의 여파가 경기 둔화세를 가파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자리가 줄어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떨어질 경우 최근 경제를 지탱해온 소비마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년 상반기 경기 둔화와 맞물려 고용 상황도 좋지 않을 것”이라면서 “(고용 감소로) 경제를 견인한 소비마저 줄어들면 경제가 더 힘들어지고 다시 고용이 줄어드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세종=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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