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아침에] 북핵에 대한 망상은 깨지고
北, 남쪽 향한 미사일은 핵공격 의지
자체 핵무장론 학계 등서 본격 제기
북핵을 막을 모든 대응책 검토해야
취임 6개월 尹대통령 책무 막중해
‘이태원 참사’ 국가애도기간 중이던 2일 북한이 속초 앞바다로 쏜 미사일 한 발은 북핵에 대한 망상 하나를 깨뜨렸다. 사회 일각에 희미하게나마 자리했던 ‘북한이 핵을 갖는다고 해도 설마 남쪽을 향해 쏘지는 않겠지’라는 순진한 망상 말이다. 북한은 156명의 압사 희생자가 발생한 끔찍한 참사로 우리 모두가 비탄에 빠져 있는 틈을 악용해 남쪽을 향해 분단 이후 첫 탄도미사일을 쏴 충격을 극대화하는 악랄한 적의를 드러냈다. 이미 북한은 핵무기 선제공격을 법제화한 바 있다. 그에 이은 반인륜적 이번 도발로 북한의 남쪽을 겨냥한 핵무기 사용 의지는 명명백백해졌다.
이제 북한이 동족에게는 핵을 쓰지 않을 것이라는 북핵에 대한 망상이 깨진 자리에 ‘자체 핵무장’이라는 담론이 빠르게 자라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자체 핵무장은 미국 등 관련국의 반대 등을 이유로 거론할 가치조차 없는 황당한 구상으로 치부돼 왔다.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광기를 띠면서 최근 학계 일각에서 힘을 얻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여권을 중심으로 자체 핵 개발을 포함해 전술핵 재배치 및 핵 공유, 미국 전략자산 상시 배치 등 다양한 북핵 대응 방법론이 백가쟁명식으로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서면 자체 핵무장 주장은 더 가열될 것이다.
자체 핵무장론에 힘이 실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핵 실전 능력을 갖춘 북한이 우리를 공격할 의지를 드러냈고 미국에 의한 북핵 억지력은 강력하지만 100% 우리의 이해와 일치한다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미 여섯 차례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 실용화의 완성도를 상당 수준으로 끌어올린 상태다. 이에 더해 7차 핵실험까지 진행되면 북한은 마치 붕어빵 찍어내듯 핵무기를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된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에게 핵 타격을 가할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은 더 이상 과거처럼 동맹국 한국에 대해 마냥 너그러울 수 있는 ‘큰 형님’ 같은 수호자 국가가 아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폴란드 원전 수주 경쟁 과정에서 보았듯 자국의 국익에 더 충실한 보통 수준의 나라로 변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한반도 안전을 완전에 가깝게 지켜줄 것이라고는 믿지만 예외적인 가능성도 우리가 준비해 놓아야 한다.
북한이 한반도의 긴장 수위를 극단으로 끌어올리는 의도는 명확하다. 한미 연합훈련을 핑계로 핵무장력을 강화시키고 최종적으로 핵 보유국 지위까지 인정받아 미국과 핵 군축 협상을 열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북중러 ‘3각 핵 카르텔’까지 작동하면 북핵의 공포 수위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를 향한 핵 버튼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최근 장기 집권 체제를 완성하면서 미국과의 핵 전력 경쟁을 공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공조를 강화하려는 북한의 움직임에 고도의 경각심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7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 한반도 위기 상황에 대해 “중국의 적극적 대응”을 요구했다. 중국에 바랄 걸 바라야지, 그동안 중국을 등에 업은 북한과의 협상에 매달렸다가 우리는 더 세고 더 많아진 북핵을 마주하게 됐다. 이젠 민주당도 현실을 직시하고 평화적 협상만 공허하게 외치지 말고 북핵을 막을 실질적 방법이 무엇인지 설득력 있는 대안을 내놔야 한다.
1메가톤 핵폭탄 하나가 미국 디트로이트에 떨어질 경우 220만 명이 즉사한다는 미국 정부의 연구 결과가 있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하지만 이를 서울에 적용한다면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북핵은 곧 발등에 떨어질 수도 있는 현존하는 위협이 됐다. 자체 핵무장을 포함해 실행 가능한 모든 북핵 억지 방안을 놓고 정파를 초월한 소통을 당장 시작해서 우리 사회의 통합된 담론을 속히 도출해내야 한다. 민주적 리더십으로 국론을 모아 북핵 위기를 극복해야 할 막중한 책무가 취임 6개월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 앞에 놓여져 있다.
문성진 논설위원 hnsj@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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