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건보 기금화 취지는 좋지만 적자 해결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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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이 지난 7일 국민건강보험을 기금화하자는 '국민건강보험법' '국민건강증진법'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민건강보험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일반회계로 운영돼 국회와 재정 당국의 통제를 받지 않고 재정 외 운용으로 정부 총지출과 복지지출 규모가 축소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게 발의 이유다.
기금화의 취지가 좋더라도 국회와 정부는 당장 건강보험의 적자를 해결하는 재정 지원에 더 관심을 쏟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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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적립금 2028년엔 바닥
재정 통제를 이유로 한 건강보험의 기금화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7대 국회 때부터 6번이나 발의됐지만 모두 무산됐다. 국민건강보험은 4대 사회보험 가운데 재정 규모가 지난해 기준 77조7000억원으로 가장 크고, 정부지원금도 9조6000억원 규모로 최대다.
기금으로 운영되지 않는 데 따른 재정건전성 문제는 국회뿐만 아니라 감사원 감사에서도 여러 번 지적됐다.
건강보험 재정과 관련한 견제장치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게 감사원 지적의 요지다. 건강보험은 준조세의 성격을 지니고 있고 국민 대부분이 가입했는데도 의사결정권이 보건복지부에 있어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건강보험료율을 비롯한 건강보험 관련 정책은 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함으로써 사실상 복지부가 안건 상정과 통과 과정 전반을 주도하는 구조다. 건강보험의 기금화는 건강보험을 국회의 통제하에 두고 재정 운용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취지만 놓고 보면 기금화는 추진할 이유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은 2007년부터 시행된 정부 지원이 올해로 일몰되어 내년부터 적자로 돌아서고 2028년에는 적립금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대로 가면 결국 보험료 인상과 대규모 재정 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복지부의 입장은 다르다. 민주당은 국고지원 일몰 규정을 삭제하고 지원 규모를 지금보다 늘리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다수 발의해 놓고 있다.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당사자(보험자·가입자·공급자) 간 자치 원칙에 따라 건강보험 운영은 외부 통제를 받아선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자율적 의사결정이 훼손되고, 이익단체 등의 입김으로 보험료 조정 등에서 파행을 겪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민단체와 노동계도 "기금을 적립하려면 보험료가 올라야 하고, 돈이 기금으로 묶이면 보장성 강화가 어렵게 된다"며 반대한다. 그러면서 정부의 항구적 지원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입장 차이가 큰 건강보험 기금화의 열쇠는 결국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쥘 가능성이 크다.
겉으로 보면 민주당은 일몰제 폐지, 즉 정부의 항구적 지원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에 동조하는 여당 의원들도 있다. 기금화의 취지가 좋더라도 국회와 정부는 당장 건강보험의 적자를 해결하는 재정 지원에 더 관심을 쏟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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