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시선] 위험사회로 직행하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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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오전 세월호가 침몰한 지 8년6개월이 지난 현재 대한민국의 재난안전시계는 멈췄다.
세월호 당시 재난 주무부처인 안전행정부는 임명된 지 3개월밖에 안된 장관이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고 경질되고 국민안전처와 인사혁신처로 부처가 쪼개지는 수모를 당했다.
재난의 전문성을 위해 차관급인 재난안전관리본부장직을 신설했지만 이번 참사에서 보듯 실제적인 효과는 미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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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안전 컨트롤타워는 여전히 작동을 하지 않았고 재난안전 부처들은 책임회피와 책임전가 등으로 날을 지새고 있다. 주어진 권한만 누리려 하고 책임과 의무는 소홀히 하는 전형적인 권력형 조직의 한계다. 자기가 맡은 직무가 무엇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에 관한 기본적인 개념조차 보이지 않는다. 세월호 당시 재난 주무부처인 안전행정부는 임명된 지 3개월밖에 안된 장관이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고 경질되고 국민안전처와 인사혁신처로 부처가 쪼개지는 수모를 당했다. 안행부는 현재의 행정안전부로 이름을 바꿨다. 그러나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한 문재인 정부 들어 각 부처 지휘 감독의 한계로 국민안전처를 행안부로 다시 흡수해 지금의 행안부로 개편됐다.
그런데 변한 게 거의 없다. 오히려 이전보다 재난안전에 대한 희박한 인식 속에 여전히 컨트롤타워 기능에 한계점이 노출됐다. 재난의 전문성을 위해 차관급인 재난안전관리본부장직을 신설했지만 이번 참사에서 보듯 실제적인 효과는 미미했다. 늑장보고와 책임회피, 유체이탈화법 등 이태원 참사를 축소하는 당국자들의 인식은 직무유기에 가깝다.
국민 의견 수렴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국민애도기간도 논란거리다. 일방적으로 강요된 애도는 애도가 아니다. 참사의 구조적 원인과 그 과정을 공론화하지 않는 국가 독점 애도는 폭력이다. 정부 관료와 지자체장들이 직무에 대한 개념은 물론 공직자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태도와 인식이 한심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비판이 거센 이유다.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 안전에 대한 중요성과 대응책 마련은 새로운 시대적 화두로 떠올랐다. 정부를 비롯해 민간 영역까지 안전에 대한 강조가 봇물을 이루며 안전문화 확산이라는 신조류가 생겼다. 그러나 이번 이태원 참사로 모든 게 원점으로 회귀했다.
역사적으로 안전의 적은 규제완화다. 세월호 참사는 선박규제 등 사회적 규제가 완화되는 추세 속에 벌어진 일을 상기하라. 이걸 깨달은 게 세월호 사건 이후인데 10년도 안돼 또다시 규제완화가 마치 요술방망이 처럼 부활하고 있다. 규제완화는 안전의식을 허물어뜨려 사회적 인프라에 균열과 붕괴의 위험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세월호 때 똑똑히 목격했음에도 소용이 없었다. 규제완화가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식의 억지논리가 다시 사회적으로 확산되면서 규제완화도 전방위적으로 힘을 얻고 있다. 또다시 우리는 충분한 예방과 대비로 막을 수 있는 인재에 대해서도 힘을 쏟지 못하는 기형적 사회로 퇴행하고 있다. 사회의 안전판이 무너지면 규제완화로 얻은 모든 이익도 자연 소멸한다. 안전은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규제를 더 강화하고 촘촘한 제도 정비와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ktitk@fnnews.com 김태경 정책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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