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 MLB 브랜드로 중국서 판매액 1조원 돌파

김규식, 신혜림 2022. 11. 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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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MLB 중국 700호점 매장 전경. 【사진 제공=F&F】

패션업체 에프앤에프(F&F)의 라이선스 브랜드 MLB가 올해 해외 시장 판매액 1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국내 패션업계에서 단일 브랜드가 해외 시장에서 판매액 1조원을 넘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MLB는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를 뜻하는데 에프앤에프가 중국 및 중화권과 동남아시아 등의 브랜드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9일 에프앤에프에 따르면 MLB는 올해 중국을 포함한 해외 시장 판매액이 1조2000억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중국 내 판매액이 1조1000억원으로 비중이 가장 높으며, 홍콩·마카오·대만 등 중화권에서 520억원어치, 태국·베트남 등 동남아에서 550억원어치를 판매할 것으로 예상된다.

MLB가 고속 성장한 배경에는 김창수 에프앤에프 회장의 브랜드 철학이 자리 잡고 있다. 김 회장은 기존 브랜드가 가진 가치를 패션으로 재창조해 국내는 물론 해외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패션은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는 과정이라는 김 회장의 지론이 통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김 회장은 1992년 에프앤에프를 창업한 뒤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베네통을 국내에 유통하면서 브랜드 철학을 정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네통은 모든 인종을 한 컷에 배치한 사진, 금기를 넘나드는 각종 카피와 광고로 1990년대 패션업계를 대표하던 브랜드다. 다양성과 인류애라는 가치가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이 과정에서 패션으로 재탄생하는지 과정을 지켜봤던 것이다.

1992년 에프앤에프를 창업한 이후 베네통은 물론 시슬리, 레노마스포츠, 엘르스포츠를 들여오면서 연타석 홈런을 쳤던 그는 1997년 MLB를 만나면서 전환기를 맞았다. 당시만 해도 MLB라는 브랜드는 야구장 기념품 브랜드로만 인식되고 있었다. 김 회장은 MLB라는 브랜드가 보유한 스포츠맨십(Sportsmanship)에 주목했다. 공정한 규칙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겨루는 정신, 9회 말 투 아웃까지 몰려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의지와 같은 가치가 충분히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당시 한국은 IMF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스포츠맨십이라는 가치가 절실하던 때였다. 김 회장은 MLB라는 브랜드를 사용하는 판권 계약을 체결했고, 메이저리그 구단의 로고를 단 모자와 유니폼을 국내에 차츰 소개하기 시작했다. 마침 박찬호 선수가 LA 다저스에서 맹활약하며 MLB 제품은 날개 돋친 듯 팔렸고 이는 유례없는 성공으로 이어졌다.

김창수 회장

김 회장은 MLB가 패션 브랜드로서 성공적으로 안착하자 해외 시장을 적극 노리기 시작했다. 2019년 MLB는 중국 시장에 진출한 뒤 유례없이 고공 행진을 거듭했고 지난 9월 상하이에 700호점 매장을 내는 기염을 토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 소비재 가운데 최고 수준의 성장세"라며 MLB가 앞으로 5년 동안 중국에서 연평균 30%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에프앤에프 관계자는 "중국은 야구를 전혀 즐기지 않는 나라지만 MLB가 가진 브랜드 가치에 호응한 결과"라고 전했다.

실제로 MLB로 성공을 거둔 에프앤에프는 디스커버리를 국내 아웃도어 시장에 소개할 때도 다큐멘터리 방송 채널이었던 브랜드를 패션으로 탈바꿈한 전력이 있다. 탐험과 모험이라는 디스커버리만의 가치를 충분히 패션으로 다시 만들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에프앤에프는 이 같은 브랜드 전략에 더해 디지털 전환에 더욱 집중하면서 제2의 도약을 이뤄낸다는 계획이다.

에프앤에프는 상품기획, 생산, 물류, 디자인, 마케팅 등 패션 비즈니스 전 과정을 디지털로 전환하고 있다. 소비자 커뮤니케이션부터 공장 커뮤니케이션까지 모든 데이터가 파이프라인처럼 연결되며 함께 공유되는 구조다.

에프앤에프 관계자는 "선제적인 디지털 전환으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한 전략이 통했다"면서 "에프앤에프가 특유의 라이선스 전략으로 'K패션'의 세계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김규식 기자 /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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