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은행에 'SOS' 한달새 대출 13조 폭증
채권시장 한파에 기업들이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시중은행들이 은행채 발행을 중단하고 한국전력 등 공기업과 일부 금융사에 대한 대출을 크게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의 잇단 진화에도 자금시장 대란이 좀처럼 수습되지 않으면서 자금에 여력이 있는 은행을 통한 우회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다.
9일 열린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은행장 간 간담회에서 주요 시중은행은 '자금 공급 실적과 향후 계획'을 보고했다. 매일경제가 입수한 실적·계획 자료에 따르면 은행들은 지난달 기업대출을 8조9000억원 늘렸다.
하나은행은 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가스공사에 자금을 제공했고 우리은행은 유진투자증권에 신규 지원을 해줬다. '한전채' 논란 속에서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한전 대출 관련 심사를 진행 중이다. 또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은행은 최근 한전에서 대출 입찰 제안요청서를 받은 뒤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4대 은행은 한전에 최소 2조원 이상을 1년 만기 대출로 제공하겠다는 복안이다. 김주현 위원장은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실시한 후 기자들과 만나 "한전채 물량을 분산시키고 일부는 은행 대출로 전환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량채가 한꺼번에 쏠려 가뜩이나 마른 자금줄을 압박할 수 있기 때문에 한전채를 비롯한 공공채는 물론 은행채와 지방채까지 발행을 분산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발표된 한은의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기업 원화 대출 잔액은 1169조2000억원으로 전달보다 13조7000억원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극심했던 2020년 5월(16조원) 이후 2년6개월 만에 최대 폭이다. 10월 기준으로는 2009년 6월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많다.
특히 대기업 대출이 9조3000억원 늘었다. 비싼 이자를 내걸어도 수요가 뚝 끊긴 회사채 시장 때문에 자금조달 통로가 은행으로 몰린 탓이다. 중소기업 대출은 전달보다 소폭 줄었지만 운전자금 수요에 4조4000억원 늘며 매달 증가세다.
[채종원 기자 /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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