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런'에 세계3위 거래소 인출중단
국내 5만명 이상 돈 묶여 … 가상화폐 시세 곤두박질
세계 3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FTX가 9일 새벽(한국시간) 자금 인출을 잠정 중단하면서 피해를 입은 국내 이용자가 최소 5만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계 거래소 FTX와 중국계인 세계 1위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 간 갈등이 최근 커졌고 이로 인해 유동성 위기까지 발생한 것이다. 이를 두고 가상자산 시장에서 '미·중 G2 격돌'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이날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와이즈앱 리테일 굿즈에 따르면 국내에서 FTX 앱 'FTX 프로'를 설치해 사용하는 투자자는 5만4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FTX 거래소 앱을 설치해 실제로 사용하는 월간 활성 사용자 수를 계산한 수치다. 자산은 넣어뒀지만 최근 거래를 하지 않았거나 모바일이 아닌 컴퓨터로 거래하는 투자자를 포함하면 피해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발이 묶인 투자금의 정확한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FTX의 주된 사용자 국적이 한국 일본 영국 등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 주요 가상자산 가격이 이번 사태로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의 신음이 커지고 있다. 비트코인은 9일 새벽 기준 하루 만에 10% 이상 폭락했다. 이더리움과 도지코인도 각각 13.58%, 19.23% 급락했다. FTX가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솔라나는 22.5%나 떨어지는 등 낙폭이 더 컸다.
특히 국내 투자자들은 이날 새벽에 발생한 FTX의 유동성 고갈 사태를 아침에서야 알아챘다. 이번 사안은 '루나 사태'와 달리 현금성 자산이 아예 인출되지 않는 초유의 상황이기 때문에 코인시장 자체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한 국내 투자자는 "세계적인 코인 거래소에서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면서 "업비트에서도 돈을 다 인출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FTX 거래소가 유동성 위험을 겪은 건 취약한 재무 구조가 드러나면서 투자자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자매회사인 알라메다리서치를 통해 자사 주식으로 볼 수 있는 코인(FTT 토큰)을 선취매함으로써 수익을 거두고 다시 이를 담보로 현금성 자산을 대출해 투자하는 방식으로 몸집을 키워왔다는 게 밝혀졌다.
이런 가운데 경쟁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FTT에 대해 8000억원 상당의 대량 매도 공격을 감행한 게 도화선이 됐다. FTX 거래소의 FTT 토큰은 하루 만에 가격이 80% 이상 폭락했다. 알라메다리서치와 FTX가 동반 파산할 것이라는 소문이 번지며 앞다퉈 자금을 인출하려는 투자자들이 몰려 '뱅크런'까지 일어났다.
문제는 FTX 유동성 문제가 단기적으로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블록체인 분석기업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FTX가 보유한 비트코인·이더리움·스테이블코인의 양은 11월 초 2조2000억원에서 현재 68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최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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