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만 하면 합격" 광고·홍보·마케팅 '구인 한파'
'워라밸'을 중시하고 비대면 생활에 익숙해진 MZ세대가 광고·홍보(PR)·마케팅 업계를 외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률이 1대1에 못 미쳐 지원만 하면 통과되는 '프리패스' 수준까지 경쟁률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HR테크 기업 인크루트가 2018~2022년 분야별 채용공고와 입사지원 건수를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광고·홍보·마케팅 분야 경쟁률이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9일 밝혔다. 2018년 광고 분야 경쟁률은 2.8대1 수준이었다. 8761건의 채용공고에 지원자 2만4128명이 몰려 형성된 경쟁률이다. 이런 경쟁률이 올해 1~10월에는 0.4대1까지 추락했다. 직원 한 명을 뽑을 때 지원자 수가 평균 0.4명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이런 분위기는 마케팅과 홍보 분야에서도 비슷하다. 마케팅 분야 경쟁률은 같은 기간 2.2대1에서 0.4대1로 추락했고, 홍보 분야 경쟁률도 2.7대1에서 0.6대1로 하락했다. 마케팅 분야 지원 건수는 이 기간 8만3292건에서 1만9332건으로 급감했고, 홍보 분야 지원 건수도 3만9485건에서 9067명으로 줄었다. 정연우 인크루트 팀장은 "광고나 홍보 업종은 20대 취업준비생이 꺼리는 '3D' 업종으로 꼽힌다"며 "야근이 잦고 급한 일이 생기면 주말 근무도 불사해야 하는 특성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광고나 홍보는 업무 특성상 급한 마감이 있거나 관계사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광고 업종은 광고를 수주하기 위한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이나 마감 기간에 야근이 집중되곤 한다. 홍보 업무는 외부 관계자들과 미팅이 잦은데, 급하게 협조를 구하는 일이 많을 뿐 아니라 저녁 자리에서 음주를 동반한 회의도 빈번해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격한 근무가 반복돼도 이에 상응하는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것도 경쟁률이 하락한 원인이다. 가령 정보기술(IT) 개발자나 반도체 분야에서는 같은 강도로 일을 해도 보상이 상당하지만 광고·홍보·마케팅 분야에서는 '짠' 대우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업무 확산도 이들 업계를 피하는 이유로 꼽힌다. 정 팀장은 "비대면 생활에 익숙해진 MZ세대가 대면 근무가 많은 업계를 꺼리는 것"이라며 "대면 소통을 부담스러워하는 MZ세대 특성이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더욱 심화돼 나타나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공개채용에서 수시채용으로 전환함에 따라 채용 공고 건수가 늘어난 것도 경쟁률이 떨어진 한 요인이다. 예를 들어 광고 분야 채용은 2018년 8761건에서 2022년 1~10월 1만4386건으로 늘었다.
광고나 마케팅 시장 업황이 나빠지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세계 경기가 둔화되는 가운데 가장 먼저 기업이 지출을 줄이는 것이 이들 분야이기 때문이다. 광고·홍보·마케팅업에 종사하면서 고생하느니 업황이 더 나은 업종에 지원하기를 선호하는 셈이다.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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