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화끈한 스트라이크 … 우승·흥행·매출 다 잡았다

홍성용 2022. 11. 9.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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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SSG랜더스필드 구장에 위치한 노브랜드 버거 100호점인 SSG랜더스필드점(왼쪽)과 이마트 바이어들이 직접 개발한 굿즈를 파는 SSG랜더스 굿즈숍(오른쪽). 【사진 제공=신세계그룹】

창단 2년 만에 한국프로야구 최종 우승컵을 거머쥔 야구단 SSG 랜더스의 성공 배경에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신세계 유니버스' 전략이란 큰 그림이 있다. 구단주의 전폭적인 지원과 투자로 선수들이 야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고, 그에 따라 1등이라는 성적과 홈관중 동원 1위 결과가 나왔다. 관중이 늘어나자 신세계그룹 주요 계열사 마케팅이 더 활발해지면서 '성적→흥행→매출'이라는 선순환 고리가 구축됐다. 9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지난해 1월 1352억원을 들여 SK 와이번스 구단을 인수한 뒤 인천 SSG랜더스필드 구장을 일종의 라이프스타일센터로 바꾸고자 했다. SSG닷컴·이마트·신세계백화점·노브랜드 등 신세계그룹 주요 계열사 콘텐츠를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신세계 유니버스'를 만들기 위해 고심한 것이다.

정 부회장은 구단 인수 당시 "야구단에 오는 관중은 기업의 고객과 같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 기업을 한 번 더 기억에 남길 수 있도록 콘텐츠를 만들고 우리 이름을 오르락내리락하게 하고 싶다"고 강조한 바 있다. 콘텐츠 없이는 MZ세대를 비롯한 2030세대를 야구장으로 이끌어올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MZ세대가 '직접 하는 스포츠'를 선호하는 데 반해 야구는 '보기만 하는 스포츠'로 전락하면서 인기가 식었다는 문제의식이다.

먼저 야구단 성적을 높이는 방법을 고심했다. 기량이 출중한 슈퍼스타를 영입하고 선수단을 보강하면서 야구장 시설 보완에 에너지를 쏟았다. 지난해 연봉 27억원에 국내 대표 메이저리거 추신수 선수를 영입해 팀의 주춧돌로 삼은 뒤 올해는 연봉 81억원에 구단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김광현 선수를 메이저리그에서 불러들였다. 특히 리그 최초로 한유섬 박종훈 문승원 선수와 비자유계약 다년 계약을 체결하며 구단 프랜차이즈 선수들의 마음을 고취했다. SSG 랜더스 선수단 연봉 총액은 227억원으로 10개 구단 중 1위다. 2위인 삼성 98억원보다도 2배나 더 많다.

노후된 시설 정비에도 힘썼다. 10개월간 SSG랜더스필드 내 클럽하우스와 홈·원정 덕아웃, 부대시설에 40억원을 들여 올해 3월 전면 리모델링을 완료했다. 1월에는 인천 강화군에 위치한 2군 실내훈련장에 냉난방에 특화된 이마트 공조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야구단이 정비되자 구장 곳곳에 콘텐츠를 심는 작업에 공을 들였다. 지난 4월 구장에 SSG랜더스 굿즈숍을 열었는데, 이곳에서는 이마트 바이어들이 직접 개발에 참여한 상품 140여 종을 판매한다. 노브랜드 버거 100호점인 SSG랜더스필드점은 해당 매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야구장 전용팩을 출시하는 등 맞춤형 매장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5월에 진행한 '스타워즈데이'는 '찐팬'을 늘린 대표적인 콘텐츠로 꼽힌다. 행사 전 SSG닷컴에서 판매한 한정판 스타워즈 유니폼은 5분 만에 준비 물량 400장이 완판됐다.

신세계푸드가 구단과 협업해 출시한 가정간편식 '랜더스 스낵' 3종도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 중이다. 정 부회장의 "야구단 인수는 유통이라는 본업에서 더 잘하기 위한 것" "유통업의 경쟁 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라던 관측이 들어맞은 것이다.

정 부회장이 구단주로서 팬은 물론 선수 모두와 스킨십을 늘려온 것도 흥행의 배경이었다. 개막 후 10연승을 하면 시구하겠다는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틈틈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감사 인사를 표했다.

정 부회장은 또 1군 선수와 2군, 육성 선수까지 이름을 전부 외웠다. 121명에 달하는 선수에게 SSG 랜더스 명함과 사원증도 제작해 배부했다. 선수들을 초청해 직접 요리를 대접하거나 이따금 격려 문자메시지도 보냈다고 한다.

전방위 투자에 자연스레 홈 관중은 올해에만 98만명을 훌쩍 넘었다. 인천 연고팀으로는 리그 최초로 시즌 홈 관중 1위를 달성했다. 신세계그룹이 운영한 첫해인 지난해 SSG 랜더스 구단 매출은 전년 대비 22.5% 증가한 529억원, 영업익은 8억5000만원 적자에서 70억6000만원 흑자로 전환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성적이 좋으니 홈 관중이 늘어났고, 홈 관중의 응원 덕에 선수들은 개인 타이틀 없이도 최종 우승까지 거머쥐었다"면서 "늘어난 홈 관중이 신세계 마케팅에 따른 즐길거리와 먹거리를 이용하면서 자연스레 그룹 전체 홍보 효과가 커지고 계열사 매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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