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탄소·수소시장 선점"… 거세진 합종연횡

SK E&S, 액화수소 생태계 MOU
롯데정밀화학·케미칼, 美 협약
글로벌 공급처 확대로 눈 돌려
삼성重, 시스템 개발·선급 인증

김용석 롯데정밀화학 대표(오른쪽부터), 다몬 다니엘스 톨그라스 최고사업책임자, 황진구 롯데케미칼 대표가 9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청정 암모니아 공급 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롯데케미칼 제공.

김진모(오른쪽) 삼성중공업 글로벌신사업팀장이 9일 선박용 액화수소 연료전지시스템 개발에 대한 기본인증획득 후 안드레아스 크리스토페르센 DNV 한국 도면승인센터장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삼성중공업 제공.

수소 산업 생태계를 위해 정부와 기업 간, 국내외 기업 간 다양한 합종연횡이 이뤄지고 있다.

수소의 생산부터 유통, 활용까지 단일기업이 혼자 할 수 없는 특성 때문이다. 탈탄소 기조 아래 수소 가치사슬을 선점하기 위해 다양한 협력모델을 구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SK E&S는 9일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효성, 하이창원, 현대자동차와 '액화수소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SK E&S, 효성, 하이창원 등 액화수소 공급사들은 내년부터 경쟁력 있는 액화수소를 생산하고 안정적으로 유통하는 데 주력한다. 특히 SK E&S는 인천 지역에 연간 최대 3만톤 규모의 액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플랜트를 건설 중이다.

정부는 액화수소의 기술 개발, 인프라 구축, 활용처 보급 확대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한다. 현대차는 액화수소의 주요 활용처인 수소 상용차가 차질 없이 생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유지·보수에 나선다.

액화수소는 기체 수소 대비 부피가 800분의 1, 1회 운송량은 약 10배 수준으로 대용량 저장·운송에 유리해 운송비를 절감하는 장점이 있다.

또 충전 속도가 빨라 같은 시간에 기체수소 대비 약 4배 이상의 차량에 충전이 가능하다.

내년부터 수소사업에 참여를 선언한 기업들의 액화수소 생산과 충전 인프라 구축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수소사업이 더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수소경제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위촉된 추형욱 SK E&S 대표는 "정부와 액화수소 공급기업, 차량 제조기업이 함께 수소의 저장·유통 방식의 진화를 이뤄내는 초석을 다진다는 점에서 이번 협약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화학군인 롯데정밀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이날 미국 청정 수소·암모니아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미국 톨그라스 에너지사와 '청정 블루 암모니아 50만톤 공급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롯데그룹 화학군이 확보한 청정 암모니아는 국내 연간 수입량의 3분의 1수준으로 6000억원이 넘는 규모다.

롯데케미칼이 기존 중동과 동남아 외에 미국으로 공급처를 확대한 것은 국내 수요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다. 또 미국은 정부의 적극적인 세금 혜택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국내 수요의 중요한 전략적 공급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이 가장 앞서 선박용 연료전지 기술 개발에 착수해 핵심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선박용 '액화수소 연료전지 선박 추진 시스템 개발에 성공해 노르웨이 선급인 DNV로부터 기본 인증을 획득했다. 액화수소와 고분자 전해질 연료전지를 통해 만들어낸 전력을 선박의 추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삼성중공업은 국내 수소 관련 업체들과 공동연구를 통해 시스템 개발과 선급 인증을 획득했다. 선박용 수소연료전지와 액화수소 저장탱크 개발에는 범한퓨얼셀과 정우이엔이가 각각 참여했다. 수소연료전지와 배터리를 제어하는 하이브리드 전원 관리 시스템은 에스엔시스가 담당했다.

김진모 삼성중공업 글로벌신사업팀장은 "삼성중공업은 다양한 연료전지를 활용한 선박용 수소 발전시스템의 가능성을 앞장서서 열어가고 있다"며 "산·학·선급 협력 체계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