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안드라스 시프...4시간의 피아노 열정 손키스도 짜릿[강진아의 이 공연Pick]

[서울=뉴시스]헝가리 출신의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시프가 지난 6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연주회를 진행했다. (사진=마스트미디어 제공) 2022.11.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지난 6일 오후 8시52분 서울 롯데콘서트홀. 4번째 앙코르 곡을 마치고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시프(69)가 환호하며 갈채를 보내는 객석에 두 손으로 키스를 날렸다.

이날 오후 5시부터 장장 4시간에 걸친 연주회의 마침표를 찍는 끝인사였다. 우아한 날개를 펼쳐낸 앙코르 곡만 해도 4곡이 이어졌다. 두 손을 마주 잡고 공손하게 화답하던 시프는 긴 시간에도 끝까지 음악과 관객에 대한 열정을 보여줬다. 브람스와 모차르트에 이어 바흐 이탈리아 협주곡까지 끝날 듯하면서도 끝나지 않았던 앙코르는 일어서던 관객들을 다시 주저앉혔다.

공연은 '깜짝 선물'과도 같았다. 곡을 사전에 공개하지 않았고, 해설이 곁들어지며 하나씩 정체가 밝혀졌다. "무엇을 듣게 될지 미리 알려준다는 건 2년 뒤 저녁 식사를 말해주는 것"이라는 시프는 최근 프로그램을 미리 알리지 않고 현장에서 곡을 소개하고 연주하고 있다. 자유로움과 즉흥성이 관객에게 놀라움과 새로움을 줄 거라는 믿음에서다.

관객들은 그의 말을 놓칠세라 귀를 쫑긋 세웠다. 시프는 작곡가와 곡의 특징 및 연관성을 설명하며, 도중에 피아노 앞에 서서 핵심 구간 일부를 치며 이해를 돕기도 했다.

공연의 시작은 그가 매일 연주로 아침을 깨우는 바흐였다. 명료하면서도 편안함을 안기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잔잔한 호수처럼 마음속에 스며들었다. 좀더 밝은 기운의 경쾌한 발걸음으로 나아간 바흐 프랑스 모음곡 5번은 가벼운 터치감이 돋보였다. '바흐 스페셜리스트'답게 깨끗하고 선명한 연주로 짧지만 인상깊은 한 편의 '바흐 예찬'이었다.

말을 건네는 듯 단아한 하이든의 피아노 소나타 32번을 비롯해 모차르트의 두 곡이 이어졌다. 1부의 끝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7번 '템페스트'로, 격정적이고 감성적인 변주로 짙은 색채의 그림을 그려냈다. 6곡을 쏟아내며 질주한 1부는 두 시간을 꽉 채웠다.

시프는 "가장 위대한 소나타라고 생각한다"면서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20번을 이날의 피날레로 택했다. 2부에서 모차르트의 론도 A단조부터 두 곡을 내리치면서도 한 치의 흔들림을 보이지 않았다. 곡의 서사와 그 속에 담긴 외로움, 슬픔, 희망 등 인간의 감정을 섬세한 손끝으로 표현해냈다. '피아니스트들의 교과서'로 불리는 명성을 여실히 보여준 연주였다.

4년 만에 내한한 시프는 2008년 첫 방문 이후 꾸준히 한국을 찾았다. 오는 10일엔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최근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한 한국의 관객들에게 시프는 공연 초반 "일련의 비극적 사건이 있었지만 좋은 날이 오길 바란다"는 위로의 말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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