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강행 땐 '채권개미' 이탈 … 시장 더 냉각될 수도

차창희 2022. 11. 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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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주식·채권 투자로 번 돈에 소득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특히 가파른 금리 인상과 함께 올해 들어 채권시장에서 투자를 늘려온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는 과도한 '세금 때리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채권 이자소득뿐만 아니라 매매차익에까지 세금을 내면 투자 유인이 떨어져 가뜩이나 자금이 말라가는 채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1월 도입되는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유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서 "개미들의 채권 투자심리를 죽이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날로 거세지고 있다.

현재 채권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은 이자수익과 매매차익 두 가지다. 이자수익에는 지금도 15.4%의 세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거액을 투자했을 경우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돼 이자소득의 거의 절반이 세금으로 나간다. 이자소득세는 내년의 금투세 도입과 상관없이 유지된다.

문제는 금투세가 도입되면 채권 매매차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채권을 포함한 펀드, 파생상품 등 기타 투자상품은 250만원의 기본공제액을 제외하고 세금이 부과된다. 과세표준 3억원 이하 차익에는 20%(지방세 포함 22%), 3억원 초과 차익에는 25%(지방세 포함 27.5%)에 해당하는 세금을 내야 한다. 이 때문에 증권업계에선 금투세 시행 시 채권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자들보다 더 큰 피해를 보게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채권 투자자들은 장외 유통시장에서 매매를 하지 않고 만기까지 보유해 차익을 얻는 경우에도 세금을 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기에 지금과 같은 금리 급등기에 채권값은 발행 당시보다 많이 내린 상황이다. 저가에 채권을 매수한 후 만기까지 보유하면 자연스럽게 매매차익을 볼 수 있어 개미들의 주된 투자 방안으로 여겨졌는데 향후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다.

고액 자산가들의 채권 투자심리는 더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고액 자산가들은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해 이자수익은 적지만 매매차익을 적극 노려볼 수 있는 저쿠폰(낮은 표면이자) 채권을 집중 매수해왔다. 하지만 금투세 도입 시 만기 상환 금액 대비 차액에 대해서도 과세가 이뤄져 고액 자산가들이 채권에 투자할 큰 이점 하나가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한 채권 투자자는 "주식처럼 트레이딩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 것도 아니고 채권의 만기까지 보유해 수익이 난 것뿐인데도 세금을 부과한다는 건 너무나 가혹한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업계에서도 금투세가 도입되면 활발해진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투자심리가 악화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채권시장 유동성 문제가 여전한 상황인데 구원투수 역할을 한 게 개미투자자들로 채권시장에 개인 고객이 많이 들어와 있다"며 "세금 체계가 채권 투자에 부정적으로 개편이 될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심리적 저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순매수액은 17조2571억원에 달한다. 금투세가 도입되면 개인투자자들이 빠져나가고, 채권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당정을 중심으로 금투세를 내년 1월부터 예정대로 시행할지, 유예를 할지에 대해 격렬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주식시장 침체를 고려해 금투세 시행을 2년 유예하는 방안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다수당인 민주당은 "금투세 유예는 초부자 감세를 위한 것"이라며 "예정대로, 합의한 대로 실행하자는 게 당의 입장"이라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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