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은행, 한전에 2조 대출 나서 … 채권시장 교란 차단 안간힘
RP 매입·MMF 운용규모 유지
시장 유동성 지속 공급하기로
10월 대기업 대출 10조원 육박
2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
정기예금 한달새 56조 급증
2002년 통계작성 이후 최대
레고랜드발 자산유동화어음(ABCP)이 촉발시킨 자금시장 대란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 '쏠림현상'이 극심해지고 있다. 회사채시장이 틀어막히면서 은행 대출 외에는 자금 수요를 충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금리 인상에 대출 금리도 고공비행 중이지만 기업들은 아예 매수세가 끊긴 채권시장에서 밀려나 은행 대출시장만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흥국생명 콜옵션 논란까지 덮치면서 시장 불안심리가 커지며 금융당국도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있는 시중은행들에 대출 '동원령'을 내린 상황이다.
9일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시중은행 은행장 간담회에서 보고된 '은행권 금융시장 점검 실무 태스크포스(TF)'의 '10월 자금 공급 실적 및 향후 계획'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지난달에만 기업대출로 8조9000억원을 투입했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증권사 등 2금융권은 물론 우량채 발행으로 채권시장을 교란시킨 '주범'인 공공기관들에도 전방위 대출 지원에 나선 것이다. TF에는 신한·우리·하나·KB국민·NH농협·부산·전북은행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은행은 또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머니마켓펀드(MMF) 운용 규모 유지 등을 통해 자금시장에 유동성 공급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TF 자료에 따르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올해 말까지 RP 잔액 규모를 추가로 확대하거나 증권사 발행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단기 2~3개월물에 대해 적극적인 매입 의사를 밝혔다. TF는 지난달 총 6조1000억원 규모로 MMF를 매입했고,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연말까지 추가로 사들일 예정이다.
최근 채권시장에 '구축효과'를 일으키면서 기름을 끼얹었던 한국전력채 관련 논의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국내 4대 은행은 최근 한전에서 대출 입찰 제안요청서를 받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4대 은행은 한전에 최소 2조원 이상을 1년 만기 대출로 제공하겠다는 복안이다. 대출을 통해 채권시장 안정화 시기까지 한전에 자금 조달 시간을 벌어준 뒤 이에 대한 차환 여부를 고민하겠다는 계획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4대 은행 모두 한전이 요청한 대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동안 한전이 은행권 대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오지 않았기 때문에 은행들이 사전에 한전에 부여한 신용한도가 아직 넉넉하고, 정부 지원 가능성을 기반으로 높은 신용등급을 지니고 있는 만큼 대출 집행에 걸림돌은 작은 상황이다.
다만 정부 지원 가능성과 별개로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한전의 '독자 신용도'가 최근 급격히 훼손된 만큼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겠다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한전의 손익을 좌우하는 전기요금 결정 구조와 생산원가에 대한 현장 실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화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시장이 경색되고 통화당국의 긴축 기조가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은행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한국은행의 '10월 금융시장 동향'에서도 은행 대출로 연명하는 기업들의 자금난이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10월 기업대출은 13조7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한 달 새 대기업 대출이 9조3000억원이나 증가해 10조원에 육박했다. 전달(4조7000억원)보다 2배 늘어난 것으로 2020년 4월(11조2000억원)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고금리와 경기 둔화가 본격화된 올해 들어 1월부터 10개월째 증가세다.
최근 채권시장의 '돈맥경화' 현상이 심해지며 시장에 자금이 제대로 돌지 않고 있다.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지난 9월 말에 비해 크게 뛰었다. 한은에 따르면 8일 기준 회사채 3년물(신용등급 BBB+)은 9.11%까지 금리가 오른 상황이다. 회사채시장이 막히면서 기업어음(CP) 금리까지 덩달아 뛰고 있다. 같은 기간 1.74%포인트나 오르며 5%대에 올라섰다.
한편 가계에선 대출을 줄이고 예금을 늘리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가속화됐다. 10월 말 예금은행 수신 잔액은 2252조1000억원으로 한 달 사이 6조8000억원 늘었다. 특히 정기예금은 한 달간 56조2000억원이나 급증했다. 월 기준으로 2002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폭이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며 예금 금리가 높아지자 투자처를 못 찾은 자금이 정기예금에 몰린 것으로 분석됐다. 수시입출식예금은 지난달 44조2000억원이나 감소했다. 가계대출은 줄어들었다. 10월 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58조8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6000억원 줄어들며 9월(-1조3000억원)에 이어 연속 감소했다.
[한우람 기자 / 채종원 기자 /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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