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값 사흘간 54원 급등 강달러 질주 변곡점 왔나

질주하던 미국 '킹달러' 현상이 주춤하는 모양새다. 원화값이 사흘 연속 20원 가까이 급등하며 1360원대에 진입했다. 2개월여 만이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날보다 20.1원 오른 1364.8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화값은 7일부터 3거래일 연속 상승곡선을 그리며 이날까지 사흘 동안 54.4원 급등했다. 종가 기준 1360원대로 돌아온 것은 지난 9월 2일 이후 처음이다. 달러 강세로 속절없이 급락세를 보였던 원화가치의 예상 밖 반전이다.

원화가치가 최근 강세로 돌아선 것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수가 이어지며 달러화 매도세가 심화된 영향이 크다. 외국인은 지난달부터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들어 중국 시장에서 돈을 빼는 '차이나 런(중국과 뱅크런의 합성어)'까지 더해지며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순매수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외국인이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서 주식을 매수하는 움직임이 원화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신흥국 증시에 유입되는 외국인 매수세가 신흥국 통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원화값 강세에 베팅하는 투자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유로화가 강세로 돌아선 것도 영향을 줬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하향 안정화되면서 유로화 가치가 반등해 달러 약세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할 것이란 전망도 원화값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원화가치의 추세적 상승세로 보기엔 아직 이르다는 판단이 많다. 박 연구원은 "원화값이 변곡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중국 경기 둔화 가능성, 국내 자금 경색 완화 여부 등 원화가치 하락에 영향을 줄 불확실성 요인이 남아 있다"고 첨언했다.

[임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