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 "개입하면 왜곡 생기지만…지금은 대응 필요"

유진아 2022. 11. 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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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콜옵션 번복 과정 '시장개입' 시인
손태승 회장 제재안 상정 '국회서 재촉' 밝히기도
"안심전환대출, 형평성 따질 문제 아니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콜옵션) 미행사 후 자금시장이 흐름이 악화된 상황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항상 '플랜B(대책)'를 세워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현재로선 채권시장의 불안은 점차 해소되고 있다고 봤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금융위의 제재심의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너무 지체됐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을 비롯한 20개 시중 은행장과의 간담회를 열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유진아 기자 gnyu4

김주현 위원장은 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국내 20개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가진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외적인 여건에 대해 굉장히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예측된 상황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대응 과정에서 조금 더 선제적으로 신속하게 하고 항상 플랜B를 갖고 있겠다"고 말했다.

이어 "흥국생명이 오늘 콜옵션 행사를 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해결이 됐고, 신한은행도 4억 호주달러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환율도 조금 내린 상태"라며 극심한 불안은 해소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흥국생명은 지난 1일 5억달러(약 6831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지난 7일 이를 번복해 다시 예정대로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기사: 금융당국도 '괜찮다'더니…흥국생명 콜옵션 번복 이유(11월8일)

김 위원장은 금융시장에 돌발변수가 나타날 때 매번 당국이 개입할 것이냐는 질문에 "시장은 스스로 돌아가게 하는 게 제일 좋다"며 "누구든지 개입하게 되면 왜곡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지금 상황은 스스로 돌아가기보다 조금 예상하지 못한 여러 가지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며 "금감원과 시장 상황을 매일 체크해가며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안심전환대출 신청 요건을 9억원까지 완화하는 데 대한 비판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선 "청년 지원 문제도 그렇고 형평성만을 따지면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적어도 주거 안정과 관련돼서는 정부가 굉장히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도에 보금자리론하고 안심전환대출 등 다양한 측면을 고민해 주거와 관련된 비용은 (금융 당국이)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며 "9억원이라는 기준이 문제 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국민들의 의견을 듣고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하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대규모 환매 중단을 일으킨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제재안건을 이날 정례회의에 상정한 배경에 대해서는 "너무 지체돼 있다는 지적이 국회에서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김주현 금융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오늘 손태승 회장 제재 안건 상정해서 오늘 정례회의에서 다룬다. 지금까지는 유사 안건이 본안소송 진행 중이어서 계속 미뤄왔다. 오늘 이 안건을 상정한 배경은?

▲ 너무 지체돼 있다고 국회에서도 지적이 있었다. 시장이 어렵지만 이 핑계 대고 모든걸 다 미뤄둘 수 없으니까 우리가 해야할 건 해야한다. 그래서 연말 가기 전에 정리할 건 정리하자, 이런 생각으로 진행하려 한다.

- 제재 수위가 조정될 가능성은?

▲ 아시다시피 금융위원회는 합의체 기구다. 금감원에서 의견이 오면 소위에서 여러 가지로 검토한 후에 합의제 기구이다 보니 9개(기관에서) 9명이 모여서 토의해서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앞으로 (제재 수위가 조절될 가능성은) 논의를 해봐야 한다.

- 오늘 안에 결정 날 가능성은?

▲ 논의를 해봐야 한다. 오늘 회의가 어떻게 될 거라고 미리 얘기하는 것은 조금 이상하다.

- 흥국생명 관련 금융당국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제도 개선이라든가 대응을 따로 생각하는 게 있나?

▲ 시장 불안 요인이라는 것은 미국이 올해에 언제 금리를 몇 번 올리고, 그다음에 경제 지표가 언제 어떻게 발표되고, 국제 정세나 이런 것이 대충 어떻게 될 거라는 것이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변수다.

그 다음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늘어나서 생기는 여러 이슈도 있다. 자산 가격과 주가도 하락하고 어떤 것은 가격이 올라가는 것도 있고 그렇다. 따라서 가격 변화에 따른 조정 과정에서 사실은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혹시라도 일어날 수 있는 거 아닌가 한다. 그래서 이제 그런 상황이 일어나면 저희가 대응을 할 것이다.

흥국생명 경우 우리 같이 해외 의존도가 높은 데에서는 해외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해서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한다. 흥국생명이 11월 1일 콜옵션 행사 안 하겠다고 발표를 했던 게 문제가 될 것 같아서 우리가 "흥국생명은 괜찮은 회사다" 이렇게 보도자료를 냈었다. 하지만 해명이 안 된 것 같아서 안 될 경우에 어떻게 하겠다고 조금 (따로) 준비한 게 있다.

그래서 조치했다. 어쨌든 11월9일 콜옵션 행사로 어느 정도 해결됐다. 대주주가 증자하는 형식으로 해서 재무 건전성도 좀 해결하고 유동성 문제도 좀 해결하고 대외적인 어떤 신뢰도도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실제로 전날 제가 국회에서 신한은행이 호주 달러 45억불을 좀 괜찮은 조건으로 발행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문자로 받았다.

또 어제 환율도 조금 내렸다고 얘기를 들었다. 이런 여건을 보면 어쨌든 (시장은) 대외적인 여건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정말 신중하게 생각해야 된다. (흥국생명 사태와 같은 경우) 예측된 상황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런 것들은 정말 긴장해서 대응을 좀 신속하게 해야 된다. (흥국생명 사태와 같은 경우는) 제도적인 이슈가 아니다. 미리 어떤 나와 있는 이슈가 아니다. 따라서 대응 과정에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선제적으로 해야한다. 항상 플랜B를 갖고 있겠다. 

- 금융 당국이 사례마다 개입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 시장은 스스로 돌아가게 하는 게 제일 좋다. 아무래도 누구든지 개입하게 되면 거기서 왜곡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금리가 급변하는 등 자산 가격이 굉장히 빨리 변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자산 관련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고 있는데 조금 예상하지 못한 여러 가지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최근에 계속 시장 금감원하고 같이 매일 자금 동향을 체크해 가면서 대응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모든 문제가 연결돼 있다. 어떤 거는 외환 쪽에도 연결되고 또 세제 쪽하고도 연결되고 또 부동산하고도 연결되고 또 이런 것들이 한국은행하고도 연결돼 있다. 그래서 (기관들이) 같이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금은 한국은행 총재까지도 포함해서 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상황이 터지면 그 상황에 핵심이 뭐고 어떤 식으로 종합적으로 대응할지에 대해서 계속 논의하고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 조금씩 대응이 미숙하다, 조금 늦다 이런 이야기는 저희가 조금 더 열심히 하라는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열심히 하겠다. 

- 오늘 은행장 간담회 논의한걸 간단하게 요약 한다면?

▲ 오늘 간담회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았다. 같이 일하는 팀을 통해서 상황에 대한 보고를 듣고는 있지만 워낙 이슈도 많고 하니 좀 요약돼 일부만 듣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렇게 (모든 은행들을 함께 다 같이) 보니 지방은행은 또 지방은행 나름의 어려움도 있고 또 외국계 은행도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어려움을 얘기하면서 지금은 사실은 정부가 가진 돈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라고 하는 건 저는 맞지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옛날처럼 한국은행이 새 돈으로 유동성 공급하기도 좀 어려운 상황이다. 그나마 조금 더 유동성이나 건전성에서 여유가 있는 데서 좀 협조해서 정부하고 같이 해야 되는데 그중에 하나가 은행이라고 생각한다.

은행은 그래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건전성이나 유동성 측면에서 굉장히 좀 안정적이다. 또 어떤 공적인 역할에 대한 이해도나 책임감도 남다른 곳이라고 생각한다. 2금융권하고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그런 이해를 바탕으로 이야기했다.

특히 최근에 단기금융시장 쪽에서 아직도 불안 요소가 많다. 물론 크레딧 리스크(신용위험) 쪽에서 우려하는 것도 있지만 상당히 많은 부분은 시장 어떤 불안 심리 때문에 움츠러든게 있다. 물꼬를 터줘야 되는데 오늘 은행권에서 단기 금융 시장에서 기업어음(CP)이라든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쪽에 굉장히 관심을 두고 역할을 하겠다고 말해 굉장히 고맙게 생각한다. 단기금융시장 이슈를 조만간 빨리 풀겠다.

- 안심전환대출이 내년에 9억원으로 기준이 올라가는데 9억원 집을 산 사람을 정부가 도와줘야 되냐는 비판에 대해서는?

▲ 최근 청년에 대해 연체가 없더라도 이자 조정을 해 주겠다고 발표했을 때도 비판이 많았다. 그런 식으로 형평성 따지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주거 안정과 관련돼서는 정부가 굉장히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형평성 문제는 그다음이다.

6억원은 또 형평성 문제가 없고 12억원은 또 문제가 있느냐, 밑도 끝도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9억원은 당정 협의에서 말씀하셨기 때문에 그걸 기준으로 할 계획이다. 내년도에 어떻게 기존에 보금자리론이라든가 안심적격대출 또는 안심 대환대출을 어떤 식으로 운영하는 게 맞을지 생각해보겠다.

최근 경제 상황도 변했고 사회에서도 수요에 대한 관심도 조금 바뀌었다. 이걸 바탕으로 어떻게 내년도에 보금자리론하고 안심전환대출과 기존 적격대출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좀 고민해보겠다. 필요하면 당하고도 협조해 주거와 관련된 비용은 (금융위가) 좀 큰 역할을 해야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9억원이 좀 문제 있다는 것은 시각에 따라서 그럴 수 있겠지만 국민들의 의견을 들어서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하겠다.

- 한전채는 논의가 진척된 부분이 있는 건가?

▲ 지금은 채권 시장이 굉장히 불안한 상황이다. 전에 안 나오던 한전체가 갑자기 나온 것도 문제가 좀 될 수는 있다. 물량이 한 번에 쏟아지지 않도록 공사채부터 은행채, 하다못해 지방채까지 분산시키고 있다. 한전도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서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한전채로 채권시장에서 다 조달하기 시작하면 서로 다 어려울 수 있다. 이걸 좀 분산시키고 또 일부는 또 은행 대출로 전환하는 문제를 계속해서 논의하고 있다. 

유진아 (gnyu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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