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이 하차, 無자숙이 초래한 결과 [이슈&톡]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마약 복용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가수 비아이(B.I)가 방송 복귀를 시도하려다 무산됐다. 미뤄진 편성일과 개인 일정이 겹쳤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어차피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WET!’ 측은 “지난주 국가적인 애도에 뜻을 함께하며 ‘WET!’ 제작 일정을 전면 조정하고 편성 시기를 내년 1월로 미루기로 결정했다”며라 "진행을 맡은 비아이 또한 예정된 해외 일정 등으로 향후 참여가 어려워져 MC에서 하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WET!’은 DJ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상금 1억 원을 걸고 DJ 레이블 간의 배틀을 그린다. 비아이는 이미 첫 촬영 분 녹화를 마친 상태지만 하차를 결정했다. 프로그램의 중심인 MC가 녹화에 참여한 후 편성이 미뤄졌다는 이유로 자리에서 하차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프로그램 측에서 밝힌대로 비아이의 해외 일정이 하차의 배경일 수 있으나, 어떤 스케줄인지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있더라도 녹화 일을 조정하면 될 일이었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비아이를 향한 비판 여론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MC가 누구인지 공개되자 마자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졌고, 프로그램 기사 마다 '마약'이라는 타이틀이 따랐기 때문이다.

제작진과 비아이는 지난 7월 23일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에서 이미 풀파티를 열었다. 수 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애도 기간이 끝났더라도. 프로그램 성격이 현 분위기에서 방영되기엔 무리가 있는데다 비아이가 마약 사범이라는 점에서 제작진이 안고 가야 할 짐은 더욱 무거워졌다. 일찌감치 관련된 촬영이 시작됐지만, 내년으로 훌쩍 편성이 미뤄진 이유다.

비아이 입장에서도 ‘WET!’ 참여와 하차는 안 하느니만 못한 일이 됐다. MC 합류 발표를 계기로 그간 자숙을 하지 않고 활동한 일이 싸잡아 비판을 받고 있다.

비아이는 지난해 9월, 2016년 3~4월께 대마초를 3회 흡연하고, 같은 해 4월 말 LSD를 구매한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비아이를 연예계에 들인 YG엔터테인먼트 수장 양현석 전 대표는 비아이의 마약 흡연 및 복용으로 이를 경찰에 제보한 A씨와 현재까지 법적 다툼을 벌이는 중이다.

YG와 양 전 대표는 여전히 해당 사건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비아이는 YG를 떠난 후 아이오케이 사내이사로 선임돼 활동한 바 있다. 또 산하레이블 131을 설립, 에픽하이 앨범 피처링을 맡거나 작사·작곡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음악 활동을 이어갔다. 본인의 앨범도 꾸준히 발표하고, 온라인 솔로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사실상 자숙의 시간을 전혀 갖지 않았다.

동종의 범죄를 일으킨 연예인들이 활동은 커녕 긴 자숙을 거친 후에도 복귀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것과 달리 비아이는 현 소속사의 지지를 등에 업고 활동을 감행한 것이다.

'나몰라라' 고집 활동은 결국 자충수로 돌아왔다. 아직 편성 조차 되지 않은 프로그램에 합류하는 일조차 어려워진 셈이 됐다. 비아이가 사건 후 조금이라도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 정도로 비난 여론이 형성되진 않았을 것이다.

불미스런 사건 후에도 활동이 가능했던 비아이는 행보가 지속적일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기 마련이다. 게다가 연예계를 향한 대중의 눈초리는 유독 매섭지 않는가.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