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美증시 올라도 손해 볼판" 원화값 급등에 서학개미 한숨
달러당 원화값이 1360원대로 급등하면서 서학개미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환차손 우려 때문이다. 9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달러당 원화값은 전날 종가 대비 20.1원 상승한 1364.8원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7일 18원, 8일 16.3원 오른 데 이어 9일에는 20원 이상 폭등했다.
달러당 원화값이 급등하자 미국 주식에 투자한 서학개미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보통 미국 주식에 투자할 때 원화 대비 달러가치가 강세를 보이면 환차익을 덤으로 기대할 수 있어 서학개미들이 유리하다. 실제 팬데믹 이후 2년에 걸친 유동성 장세 동안 달러당 원화값이 1100원대에서 1400원대로 급락하면서 일부 서학개미들은 20%가량 환차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달러당 원화값이 상승으로 돌아서면서 서학개미들은 이제 환차손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달러당 1400원대에 환전하고 미국 주식 투자를 한 양 모씨(32)는 "미국 중간선거 기대감에 따른 랠리로 주식이 올랐는데 달러당 원화값도 상승해 수익은 미미하다"며 "향후 달러당 원화값 상승이 지속되면 환차손을 생각해야 하는데 추격 매수도 망설여진다"고 밝혔다.
미국 주식투자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과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이 재조명됐다. 이 총재는 지난달 12일 서학개미들의 해외 주식투자 열풍에 대해 "해외 위험자산에 투자해 환율이 올라가면 이익을 볼 것으로 생각하는 서학개미가 많다"면서도 "1~2년 후 (환율이) 정상화됐을 때를 생각하지 않고 투자하면 상투를 잡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특히 3배 레버리지 '숏(주가 하락에 베팅)' 상품에 투자한 서학개미들은 이중 손실을 보게 생겼다. 최근 3거래일 동안 미국 증시가 상승해 인버스 상품 수익률이 크게 떨어졌는데 환율마저 내려 환차손이 겹쳤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3배 인버스 상품인 '디렉시온 세미컨덕터 베어 3X(SOXS)' 상장지수펀드(ETF)는 이 주에만 벌써 약 12% 하락했다. 만약 달러당 원화값 1430원대에 해당 종목에 투자했다면 손실률은 약 16%로 늘어나게 된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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