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보존범위 200m로 … 서울 4.3배 땅 개발규제 풀려
정부가 문화재·환경 보호를 이유로 일률적으로 500m 범위 내에선 개발을 못하도록 묶었던 규제를 200m까지 풀기로 했다. 개발 과정에서 문화재·환경 보호를 둘러싸고 홍역을 치른 경기도 김포 장릉 인근 검단신도시의 '왕릉뷰' 아파트나, 대한항공의 서울 송현동 용지 호텔 건립 논란 같은 사례가 재발하는 것을 잠재우고 노후 지역 개발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9일 인천 선광 신컨테이너터미널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2차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열고 이 같은 규제 개선안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신설한 규제혁신전략회의는 새 정부 규제개혁의 최상위 기구다. 윤석열 대통령은 앞서 9월 1차 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경제 형벌규정 개선을 약속한 바 있다.
이번 2차 회의에서 발표한 혁신안의 주요 방안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범위를 완화하는 것이다. 정부는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범위를 기존 500m에서 주거·상업·공업지역에 한해 200m로 풀기로 했다.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은 2000년부터 보호 대상의 외곽 500m 범위를 일률적으로 지정해왔다. 보존지역 내 개발은 문화재청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허가를 받아야 가능하다. 앞서 문화재청은 지난해 김포 장릉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에서 3개 건설사가 진행하고 있는 44개동 아파트 공사 중 19개동에 대해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단시킨 바 있다. 대한항공도 서울 송현동 용지에 호텔을 지으려 했으나 역시 같은 규제가 발목을 잡았고 서울시의 강한 반대에 부딪쳐 결국 뜻을 접어야 했다. 한 총리는 "문화재 분야는 보존 위주의 일부 규제로 국민의 재산권과 기업의 개발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까지 관련 법령을 정비하면서 전국 보존지역 1692건, 2577㎢ 면적을 전면 재검토할 계획이다. 이는 서울시 면적 605㎢의 4.3배이자 전체 국토의 2.6%에 해당한다. 특히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부산 구포동 당숲 일대는 보존지역 범위가 85만5900㎡에서 35만1078㎡로 59%나 감소하며, 충남 공주시에서 보물로 지정된 반죽동 당간지주 일대 보존지역도 93만2062㎡에서 20만6063㎡로 77.9%나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들 지역은 보존 범위가 대폭 축소되면서 노후한 도심을 다시 개발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는 매장문화재 보존 조치와 현상 변경 허가를 문화재 영향 진단으로 일원화해 처리 기간을 약 30일 단축시킬 예정이다. 3만㎡ 이상 개발 사업을 할 때 사업자에게 의무화한 매장문화재 지표 조사도 면제한다. 이번 규제 완화로 부동산 업계가 한숨을 돌리는 동시에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3기 신도시가 들어서는 고양 창릉지구의 경우 개발 용지 일부가 왕릉 5기가 모여 있는 서오릉의 반경 500m에 속한 탓에 문화재 보호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정부는 이번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디지털 분야 규제도 개선하기로 했다. 우선 전기차 무선충전 기술 상용화를 위해 무선충전 주파수를 분배한다. 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에 활용되는 부품에 대한 전자파 적합성 평가를 면제해 이들 부품을 수입하는 데 걸리는 통관 소요 기간을 1~2개월 단축한다. 구리선 기반 서비스만 허용하던 시내전화는 인터넷 전화(광케이블, VoIP)로 대체 제공하는 것을 허용해 2500억원대 광대역 통신망 투자도 촉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종혁 기자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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