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찍고 올라오는 韓증시…외국인 돌아온 세 가지 이유는?

홍순빈 기자, 오정은 기자 2022. 11. 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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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광기, 패닉, 침체...韓증시 V자 반등 미스터리③

[편집자주] 시장이 어수선하다. 돈줄이 말랐다고 아우성이다. 수십조원의 유동성 공급 대책이 나온다.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이라고 모두 입을 모은다. 그러다 주가를 보면 흠칫 놀란다. 2100선까지 밀렸던 코스피는 어느새 2400을 돌파했다. 외국인은 한달만에 5조원 넘는 한국 주식을 순매수했다. 불황이 온다는데 주가는 걱정의 벽을 타고 오른다. 반등의 본격화인가 죽은 고양이의 반등인가. 비관 속 피어난 기묘한 상승장, 랠리를 기대해도 될지 K-증시를 분석·전망해본다.


"외국인의 K-주식 쇼핑!"

지난 9월 말 코스피가 2200선 밑으로 주저앉자 시장은 절규했다. '코스피는 끝났다'는 소리까지 나오며 대규모 물량이 시장에 쏟아졌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남몰래 웃었다.

외국인은 코스피가 바닥을 다질 때 조용히 주식을 쓸어담았다. 외국인 매수가 지속적으로 유입되자 지수도 꿈틀대며 바닥에서 올라왔다. '차이나 런'(China Run) 현상도 호재로 작용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외국인은 7거래일 연속 코스피 주식을 순매수했다. 지난 1일부터 약 1조7750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개인이 1억6740억원을 팔아치운 것과 비교된다.

코스피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도 '6만전자'로 복귀했다. 삼성전자는 200원(0.32%) 오른 6만2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SK하이닉스(1.71%), LG화학(3.47%) 등도 상승 마감했다.

지난달 초부터 시작된 코스피 반등을 주도한 건 외국인이다. 중국 시진핑 주석의 공산당 총서기 3연임 확정 전후 차이나 런 자금이 한국증시로 이동한 모습도 포착된다.

운용규모 987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텍사스 교직원 퇴직연금이 중국 투자 비중을 줄이고 한국을 늘리는 등 투자성과 기준 지표를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금의 신흥국 자금 운용규모는 14억8000달러다.

통상 중국발 리스크가 불거지면 한국 주식을 팔았던 외국인 패턴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반도체, 전기전자 등 IT 업황이 부진함에도 대만 주식을 팔고 한국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박소연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증시 펀더멘털(기초요건)이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도 시진핑 3기 정부 출범 후 중국과 대만이 자산배분을 하기에 부적합한 시장으로 꼽히며 투자자금이 피어그룹(비교집단)인 한국으로 쏠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달러 강세에 따라 상대적으로 코스피가 저평가된 것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눈을 돌리는 요인이다. 지난달 25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44.2원을 기록하며 13년7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하지만 현재 1360원 대로 내려온 상황이다.

외국인들은 우량주를 주워담았다. 지난 9월29일부터 11월8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주식 약 5조4000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그중에서도 △삼성전자 2조원 △삼성SDI 1조370억원 △SK하이닉스 7880억원 △LG에너지솔루션 7270억원 등 전기전자, 2차전지주(株) 위주로 순매수했다.

박소연 팀장은 "지난달에만 외국인들이 약 5조원 가까이 순매수했는데 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전기전자 업종에 대한 매수가 대부분이었다"며 "환차익을 노리는 외국인의 초단기 매수세가 들어온 영향도 일부 있다"고 말했다.


급증했던 공매도에 대한 숏커버링(환매수)도 외국인 매수를 늘리는 데 영향을 줬다. 숏커버링이란 공매도 투자자들이 빌려서 판 주식을 되갚기 위해 다시 주식을 매입하는 걸 말한다.

그간 코스피가 줄기차게 하락하며 공매도가 늘었다. 지난달 7일 국내 주식시장의 공매도 비율이 13.9%로 집계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전 최고치는 2016년 1월12일 9.9%였다.

증시가 반등하자 공매도 정리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보통 11월 이후 북클로징(회계연도 장부 마감·결산)이 시작되고 그 이전에 변동성이 다소 완화된다. 이 가운데 공매도 비중이 높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숏커버 물량이 몰리면 증시 반등에 탄력을 줄 수 있다.

최근 공매도 거래대금도 줄고 있다. 지난달 2째주 공매도 거래대금 규모는 5968억원이었으나 이번달 1째주 4456억원까지 줄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식시장의 숏 마인드가 옅어지면서 이번달 국내 주식시장은 하락폭이 컸던 종목들을 중심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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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빈 기자 binihong@mt.co.kr, 오정은 기자 agentlittl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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