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강공에 불안한 민주… 尹 겨냥 `촛불집회` 카드 꺼낸 이재명

김세희 2022. 11. 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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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야당 탄압" 강력 반발
당대표에 檢 칼끝 향해 긴장감
李, 회의서 압수수색 언급 안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잠시 머리를 만지고 있다.<연합뉴스>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이재명 더불민주당 대표를 압박해오자 민주당은 강력 반발하면서도 내심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검찰이 야당을 탄압하고 있다"며 격하게 반발했다. 이 대표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날을 세우며 '촛불집회'까지 꺼내들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9일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의 자택과 사무실이 있는 국회 본청의 당대표 비서실, 민주당사 내 당대표 비서실까지 동시 다발적으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민주당사에 있는 당직자들은 정문 철문(셔터)을 내려서 닫고 수사관들과 대치했다. 결국 민주당은 변호사 입회 조건과 검찰 측 압수수색 인원 축소를 조건으로 당사 문을 열었다.

당내에서는 검찰의 칼끝이 이 대표를 향하고 있다는 긴장감이 감지됐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확인한 바로는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에 정 실장이 쓴 컴퓨터, 책상을 수색 대상으로 명시했다고 한다"며 "하지만 우리 당사에는 정 실장 사무실도 없고 컴퓨터도 없고 책상도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사 압수수색은 명백한 과잉수사"라며 "민주당은 검찰의 무리한 정치탄압, 과잉수사와 (검찰) 정치에 대해 강력 규탄하고 국민과 함께 싸워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지도부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강하게 반발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야당 당사 침탈에 이어 검찰은 지금 국회까지 침탈하려 하고 있다"며 "이 대표에 대한 음해성 선데이 서울 식·경마식 보도를 하는 언론들도 자제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긴급 체포된 10월 19일 이후부터 11월 7일까지 이 대표와 주변인사들을 견야한 검찰발 단독 보도가 85건에 달한다고 설명하면서 "공소 제기 전 피의사실 공표는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박 최고위원은 "유죄 판결이 확정될때까지 무죄로 추정한다는 헌법 제 27조 4항에 명시된 원칙을 유독 검찰만이 벗어나 사실상 특권을 누리고 있다"며 "대표적으로 지난 4일 정(진상) 실장이 외장하드 비밀번호를 제출하지 않는다는 보도가 이어졌는데, 이 대표 주변 인사들을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자료제출까지 거부하는 악질 범죄자로 묘사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서영교 최고위원도 "과연 이것이 모두 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날 때는 누가 책임지는 것이냐"며 "(이 경우)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책임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지은 채 압수수색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김용 부원장 구속기소 다음 날 정 실장에 대한 압수수색이 들어온 데 대한 입장', '민주당사 압수수색에 대한 의견'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일절 답하지 않았다.

대신 이 대표는 '촛불집회'를 소환해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의 이름도, 영정도 없는 곳에 국화꽃 분향만 이뤄지고 있다"며 "세상에 어떤 참사에서 이름도 얼굴도 없는 곳에 온 국민이 분향을 하고 애도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내 아들 이름 얼굴 가리지 말라는 오열도 들린다"며 "유족들이 반대하지 않는 한 이름과 영정을 당연히 공개하고 진지한 애도가 있어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숨기려 하지 말라. 숨긴다고 없어지지 않는다"며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촛불을 들고 다시 해야되겠나"라고 쏘아붙였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경찰을 질책하는 발언도 꼬집었다. 이 대표는 "이 이야기를 듣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 당시)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며 "왜 4시간 동안 쳐다만 보고 있었느냐는 말은 국민이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진지한 성찰과 사과가 반드시 필요하고, 총리부터 사퇴하는 것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지 못한 것을 책임져야 한다"며 "(또) 관계 장관과 경찰 책임자들의 경질이 아니라 파면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측근 압수수색에 대한 반감과 불만을 윤 대통령 공격으로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또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부 책임론을 부각하며 '사정 정국'으로의 전환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반정부, 반국민의힘 정서를 자극하는 이번 사안을 쟁점화할수록 민주당이 정국 주도권을 끌고 갈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세희·임재섭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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