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美코인 거래소 FTX, 이틀만에 '자금난'…도대체 무슨 일이?(종합)

박현영 기자 김지현 기자 2022. 11. 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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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FTX]바이낸스 매도 선언 이후 자체 토큰 FTT 가격 급락…유동성 위기
바이낸스에 매각 추진, 합의했으나…솔라나·세럼 등 관련 코인도 급락
바이낸스와 FTX의 로고를 합성한 일러스트레이션.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박현영 김지현 기자 = 거래량 기준 세계 2~3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FTX가 단 이틀 만에 유동성 위기에 처하게 돼 논란이다.

세계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가 FTX를 인수하겠다며 '구원투수'로 나섰지만 양사가 서명한 합의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합의서인 만큼 최종 인수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FTX의 거래소 토큰인 FTT를 비롯해 FTX 관계사 알라메다리서치가 투자한 가상자산들까지 일제히 가격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시장에 파장이 클 전망이다.

◇단 '이틀 만에' 터진 초대형 거래소의 위기

FTX의 위기는 지난 2일 코인데스크가 FTX 관계사 알라메다리서치의 재무 상태가 건전하지 않다고 보도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알라메다리서치는 샘 뱅크먼 프리드(Sam Bankman-Fried) FTX 최고경영자(CEO)가 세운 트레이딩 회사이자 투자사로, FTX 역시 알라메다리서치의 성장과 함께 커졌다.

코인데스크는 FTX 관계사 알라메다리서치의 자금중 상당 비중이 FTT로 채워져 있다고 보도했다. FTT는 FTX의 거래소 토큰이다. FTX에서 거래할 시 거래 수수료를 할인 받는 데 주로 쓰인다.

보도에 따르면 FTX가 FTT를 발행하고, 이를 관계사인 알라메다리서치가 사들여 보유하는 구조가 된다. 이에 FTT가 건전하게 유통되지 않고 있을뿐더러, FTX와 알라메다리서치가 재정적으로 지나치게 엮여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코인데스크 보도만으로 FTX가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된 건 아니다. FTX 자금이 줄며 유동성 위기가 시작된 건 세계 1위 거래소 바이낸스가 FTT를 모두 매각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지난 7일 바이낸스는 FTT 보유량을 전량 매도하겠다고 선언했다. '루나 사태'에서 배웠듯, 사전에 리스크(위험)를 관리하는 취지라고 자오창펑(Zhao Changpeng) 바이낸스 CEO는 밝혔다.

바이낸스의 선언 이후 FTT 투자자들이 연이어 FTT를 시장에 투매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FTT 가격은 3일만에 80% 이상 급락했다. 프리드 CEO의 순자산도 약 22조원에서 1조36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지난 7일 "경쟁사가 거짓 루머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저격했던 프리드 CEO는 하루 만에 바로 태도를 바꿨다. 바이낸스에 협업을 제안하며 매각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두 CEO는 트위터를 통해 바이낸스가 FTX를 인수하는 방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두 CEO가 서명한 합의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인수 투자의향서(LOI)'다.

프리드 CEO는 인수를 적극 검토한 자오 CEO에게 "고맙다"는 뜻까지 밝혔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CZ(자오 CEO)에게 고맙다. (FTX 매각은) 전체 가상자산 산업에 이익이 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현재 FTX는 가상자산 출금을 일시 중단하고, 바이낸스에 회사를 매각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 중이다. 단, 미국 법인인 FTX US의 출금은 정상적으로 지원된다.

◇'루나 사태'보다 커질 수도…솔라나·세럼 등 타격 일파만파

문제는 FTX의 위기가 단순히 한 회사의 위기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알라메다리서치가 FTT뿐 아니라 다수의 가상자산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가총액 10위권 코인인 솔라나(SOL)나, 탈중앙화금융(디파이) 서비스 토큰 중 규모가 큰 편인 세럼(SRM)은 알라메다리서치가 투자한 대표적인 가상자산들이다. SOL과 SRM 모두 이틀 만에 35%가량 가격이 하락했다.

솔라나는 블록체인 플랫폼 프로젝트다. 솔라나 기반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디앱)은 수천개에 달하며, 가상자산 SOL을 기축통화로 쓰는 서비스도 수없이 많다. 가격이 계속 떨어질 경우 솔라나 생태계가 위기에 처하면서 전체 가상자산 시장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국내 가상자산 투자사 관계자는 "알라메다리서치가 투자했던 가상자산이 워낙 여러 가지고, 솔라나나 세럼도 알라메다를 등에 업고 커진 코인들"이라며 "사태가 더 심각해질 경우 '루나 사태'보다 훨씬 큰 규모로 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 타격은 벌써부터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이번 FTX 사태로 '대장 코인'인 비트코인(BTC) 가격은 한 때 1만 7200달러 선까지 밀리며 연저점을 기록했다.

◇바이낸스의 FTT 매도, FTX 품기 위한 포석?

이번 사태를 두고 업계에서는 이미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FTX까지 품기 위해 FTT 매도에 나선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매도 선언으로 FTT 가격이 하락하고, FTX가 위기에 처할 것임을 바이낸스도 예측했을 것이란 추측이다.

또 미국 중간 선거 시기에 맞춰 자오창펑 CEO가 FTX를 저격했다는 점도 이목을 끌고 있다. 자오창펑 CEO의 진짜 목적은 알 수 없으나, 가상자산 산업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에 경고장을 날린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자오창펑 CEO는 FTT 매도를 선언하며 "다른 업계 플레이어들에게 뒤에서 로비하는 세력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 발언이 프리드 CEO를 염두에 둔 발언일 것이라고 추론한다. 프리드 CEO는 지난 2020년 미국 대선 당시 후보였던 바이든 대통령에게 후원한 사람들 중 후원 규모 순위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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